식약처, 465개 담배 제품 유해성분 첫 공개 “미세먼지 농도차 10과 1일 다르듯 함량 고려해야” 멘톨 등 첨가물 규제 확대…실행 방안 주시 소비자 구매 영향은 제한적, 인식 변화 계기될 것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부가 국내 유통 담배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처음 공개하면서 담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사 결과, 궐련뿐 아니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이 확인된 가운데 업계는 검출 여부만으로 제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성분별 검출 수와 함량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가 10인 경우와 1인 경우를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발암물질 검출 사실만으로 제품의 유해성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전자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습).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이날 처음으로 국내에서 제조·수입돼 판매되는 담배제품 465개의 품목별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각각 44종, 액상형 전자담배는 20종의 유해성분을 검사했다. 국내 20개 제조·수입판매업체의 제품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는 궐련 256개,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이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담배시장은 KT&G를 비롯해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로스만스 등 4개사가 주요 사업자로 꼽힌다.
정부는 모든 담배 유형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일부 성분의 함량이 낮거나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제품이 덜 유해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궐련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모두에서 성분이 검출되긴 했으나, 수치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검출된 수치의 격차를 간과한 ‘일반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미세먼지 농도가 10인 경우와 1인 경우를 같게 받아들이지 않듯, 이를 두고 ‘예외 없이 모든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됐다’고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검사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출 성분 수나 개별 성분의 함량만으로 제품 전체의 유해성을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 역시 검사 결과는 유해성분의 함량을 확인한 것으로 제품별 건강위험도를 직접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담배의 건강위험은 여러 유해물질에 대한 복합 노출과 사용량, 사용기간, 흡입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치 비교를 통한 ‘덜 해로운 담배’ 오인·기만 광고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애초에 수치를 비교해 홍보한 적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이번 결과를 홍보에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흡연장소. (사진=뉴스1).
이번 조사에서 실제 흡연 습관을 반영한 국제 표준 ‘강화포집법’이 적용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신 과학기술을 반영한 측정법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일반 담배에 니코틴·타르 수치를 의무 표기하는 국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치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표기를 권고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담뱃값에 표시된 니코틴·타르 수치와 실제 검사 결과 간에 괴리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소비자에게 유해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기 제도 전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정부가 담배 유해성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업계는 후속 정책에도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유해성 관리 강화 기본계획(2027~2031년) 수립 방향을 밝히면서 2027년부터 합성니코틴 담배를 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멘톨 등 담배의 중독성·매력도를 높이는 첨가물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 대해 업계 측은 “이미 국민건강증진계획(헬스플랜 2030)에 포함돼 있던 내용으로 예견된 수순”이라면서 “앞으로 정부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실행에 옮길지 세부적인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정보 공개가 실제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 행태에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니코틴과 타르 수치만 알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담배 속에 다양한 유해 성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실제 제품 구매에 큰 타격이나 실질적인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또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관련 법규정을 준수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법규정을 충실히 준수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