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로컬이 주목한 시장은 '데스크리스(Deskless) 워커'다. 전 세계 노동자의 약 80%는 책상 없이 일한다. 제조·건설·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슬랙이나 노션 같은 협업 툴을 쓰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지방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의 외국인 비율이 70~80%에 육박하면서 소통 문제가 심각해졌다. 한국인 관리자 '김반장'을 구하는 데만 3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번역 앱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은 '함마', '나라시' 같은 현장 은어를 인식하지 못한다. 중장비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는 음성 인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이로컬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건설·제조 특화 은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소음 필터링 기술을 접목했다.
하이워커의 핵심은 '1:N 동시 통역'이다. 관리자 1명이 QR코드를 스캔하면 다국적 노동자 전체에게 실시간으로 자국어 지시가 전달된다. 별도 앱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 무전기처럼 직관적으로 쓸 수 있다.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는 전국 150여 곳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이 솔루션을 설계했다. 그는 "안전 교육보다 당장 오늘 아침 작업 지시가 절실한 게 현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제조 계열사가 하이워커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주최한 '2025 FutureScape 데모데이'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장 관리자의 93%는 "업무 이해도와 안전 확보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회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4년 매출은 약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1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B2C 언어 교환 앱에서 B2B 산업 현장 솔루션으로 피봇한 지 2년 만에 수익 모델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수석 심사역은 "하이로컬은 언어 습득의 필수 요소인 '소셜'이라는 넛지와 빠른 실행력을 강점으로 한 팀"이라며 "세계 시장에서의 확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카카오벤처스는 200만 유저를 확보한 B2C 앱 운영 경험과 현장 밀착형 기술력, 그리고 글로벌 데스크리스 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이로컬의 확장 전략은 명확하다. 한국 건설·조선사가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하이워커를 필수 패키지로 동반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지 외국인 인력 관리 솔루션으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독일 등 인구 구조 변화로 비슷한 문제를 겪는 선진국 시장도 목표다.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글로벌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이워커를 론칭한 윤 대표는 20대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하루 15시간씩 3개의 파트타임 일을 뛰며 밑바닥 노동을 경험했다. 차별과 임금 체불의 근본 원인이 '언어 장벽'임을 절감했다. 그는 "언어가 막히면 사람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 안 통해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서러움이 사업의 뿌리"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인구 변화와 산업 현장의 고민을 담은 책 <외국인 노동자>를 출간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 인력'이 아닌 '함께 성장할 동료'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에 나섰다. 윤 대표는 "외국인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편견에 맞서, AI 솔루션을 통해 숙련된 '외국인 관리자'를 육성해 노동시장 구조를 안정화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




![“덩치 큰 남성 지나갈 땐”…아파트 불 지른 뒤 주민 ‘칼부림' 악몽[그해 오늘]](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3/PS26031000001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