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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 바뀔까…행정수도 특별법 “합헌 가능성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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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6.05.07 14:15:04

헌법학자 4명 “위헌 22년 전과 현실 달라져”
“세종 사실상 행정수도”…헌재 재판단 전망
법안 명칭·위헌 위험성 큰 조항 분리 등 쟁점
국민의힘 전원 불참…특별법 처리 변수 남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22년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멈춰 섰던 행정수도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추진 등으로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이 확대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2004년과 달리 현재는 세종시가 사실상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합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복기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특별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수도 고집?…국민 인식 달라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수도 특별법 공청회’에서 이민원 광주대 명예교수, 김주환 홍익대 법학과 교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진술인 4명 모두 특별법 합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공청회는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안 5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위헌성 판단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마련됐다. 2004년 헌재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점이 오랜 역사와 국민 인식에 기반한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선 건국 이후 한양이 수도로 정해졌고 성종 때 완성된 경국대전에까지 반영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수도 이전은 단순 정책 결정이 아니라 헌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민투표 없는 특별법 제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후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했고 현재 국무조정실을 포함한 22개 중앙부처와 21개 소속기관이 위치한 사실상의 행정수도로 기능하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 전제가 이미 약화했다고 봤다.

임지봉 교수는 “2004년 헌재 결정 이후 22년 동안 대한민국은 엄청난 사회 변화를 겪었다”며 “국회는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해 새로운 법질서를 형성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습헌법이 성립하려면 계속성·항상성·명료성·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헌재 스스로 봤는데 지금도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재가 이번에는 합헌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합헌 가능성을 묻자 임 교수는 “99%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주환 교수는 2004년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수도의 위치 자체가 국가 권력을 영구적으로 기속하는 헌법 원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도 이전으로 민주공화국 체제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성우 교수 역시 “2004년과 비교하면 국민적 합의와 현실적 조건이 달라졌다”며 “헌재가 이번에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 교수는 법안 명칭과 전략에 대해서는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헌재 결정 변화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간다면 법안 명칭은 ‘행정수도 특별법’보다 ‘수도이전 특별법’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세종시)


◇‘카 국장, 길 과장’…행정 비효율 문제 극심

이민원 교수는 특별법을 우선 추진하되 위헌 리스크를 줄이는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헌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특별법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세종시에 둔다거나 국회 본원을 세종시에 둔다는 조항처럼 위헌 가능성이 높은 내용은 별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조항이 위헌 판단을 받더라도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다른 조치들은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헌재의 합헌 판단 가능성이 집중 거론됐다. 황운하 의원은 “2004년 헌재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한 것이 정당했는지, 국회가 재입법할 수 있는지, 다시 헌재에 갔을 때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에 임 교수는 “국회는 재입법할 수 있다”며 “헌재가 과거 위헌 결정을 뒤집고 합헌 결정을 한 사례도 있다”고 답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과 세종으로 나뉜 현행 행정체계 비효율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과 국회가 서울에 있고 대다수 중앙부처가 세종에 있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대면회의와 토론이 어려워지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앙부처에서는 ‘카 국장, 길 과장(카톡 지시하는 국장, 길에서 업무보는 과장)’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행정 낭비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국회가 책임 있게 결론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날 공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공청회 개최는 여야 합의로 이뤄졌지만 향후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 협조와 헌법적 논란 해소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복 의원은 “일부 국민의힘 위원은 법안을 공동발의했음에도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며 “누가 이 자리에 함께 있었는지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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