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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독특하다. 김다빈이 작업실에 있던 빈 통과 기타 케이스를 두드린 소리를 히치하이커가 채집해 비트로 바꾸고, 진초이가 그 위에 목소리를 얹었다. 그렇게 완성된 첫 곡 ‘톤’은 1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으로 앨범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팝의 문법보다 거친 질감과 낯선 소리의 조합을 택했다. 진초이가 던지는 “두 아이 업셋 유 위드 마이 톤 오어 왓”(Do I upset you with my tone or what)은 앞으로 이어질 음악에 대한 예고처럼 들린다.
세 사람의 이력도 제각각이다. 히치하이커는 지누와 롤러코스터를 거쳐 K팝 작곡가와 EDM 프로듀서로 활동해왔고, 김다빈은 까데호와 추다혜차지스 등 밴드신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구축했다. 막내 진초이는 17세의 나이에 이미 여러 EP와 싱글을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히치하이커와 진초이가 부녀 사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슈프림’에서는 세 사람의 장점이 보다 선명해진다. 촘촘하게 움직이는 리듬과 간결한 구성이 대비를 이루고, 진초이의 보컬은 낮은 음역과 날카로운 고음을 오가며 곡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익숙한 후렴을 반복해 각인시키기보다는 소리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에 재미를 심었다.
‘에스테틱’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보다 노골적으로 충돌한다. 사운드는 2000년대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분위기를 품었지만, 진초이가 이야기하는 대상은 이미지와 취향까지 손쉽게 복제되는 지금의 문화다. 남이 만든 취향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은 또 다른 곳으로 움직이겠다는 태도가 곡의 중심을 이룬다. 20여 년 전의 음악적 어법으로 2026년의 세태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애시드’에서는 다시 분위기를 뒤집는다. 비교적 편안하게 시작하지만 전자음과 보컬의 질감을 수시로 변화시키며 듣는 이를 흔든다. 밀어내고 다시 끌어당기는 가사 속 관계처럼 음악 역시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다.
마지막 ‘백’은 앞선 네 곡보다 속도를 낮춘다. 반복되는 신스와 비트 위에서 진초이는 “디스 이즈 휴먼 메이드”(This is human made)라는 문장으로 음반을 닫는다. 이 한마디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창작의 영역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지금, 앨범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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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앨범의 재미는 1971년생과 1991년생, 2008년생의 음악을 구분해 듣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누가 어떤 부분을 만들었는지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에 있다. 베테랑이 어린 뮤지션을 이끌거나 신세대가 옛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는 익숙한 세대 협업의 틀에서도 비껴간다. 나이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대신 세 사람이 동등하게 소리를 던지고 받아내는 데 가깝다. 각자 자신의 익숙함에서 조금씩 벗어나 하나의 낯선 음악을 만드는 쪽을 택했다.
진초이에게는 또 하나의 실험이고, 히치하이커와 김다빈에게도 기존 이력만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작업이다. 그래서 ‘스테레오 서비스 : 전파사’는 완벽하게 정돈된 결과물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의외성에 더 귀가 가는 음반이다.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음악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시대다. 그런 시기에 세 사람은 굳이 통을 두드리고, 기타 케이스에서 소리를 찾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짧은 문장을 남겼다.
“디스 이즈 휴먼 메이드”.
‘스테레오 서비스 : 전파사’를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도 결국 이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