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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열린 ‘2017년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올해는 굉장히 힘든 한해였다”며 “내년에는 엔저 영향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그러나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성장을 회복하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 보다 3.6% 증가한 8902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이었지만, 중국에만 집중된 성장이었다. 중국 시장은 올해 구매세 인하 정책(10%→5%)으로 인해 15% 이상 수요가 증가했다. 내년에는 중국의 구매세 인하 폭이 축소(10%→7.5%)될 예정인 데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정체되며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겠지만 석유수출기구(OPEC)가 지난달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중동 시장이 회복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부사장은 “러시아 시장은 5%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며 “중동지역의 경우 저유가 후유증으로 바로 플러스 전환되진 않겠지만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의 오랜기간 침체에도 생산 차종 추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시장점유율은 약 15%에서 20%대로 크게 높아졌다.
현대·기아차가 이같은 전략을 펼친 또다른 시장은 브라질과 중동이다. 박 부사장은 “브라질 시장의 두자릿수 성장 둔화에도 현대·기아차는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브라질공장에서 크레타를 생산한다. 브라질 시장이 회복되면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판매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을 엔화약세로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올해로 엔저 기조가 끝나리라 예상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다시 상황이 역전됐다”며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엔저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수년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투자로 만들어진 신차가 내년부터 상품 경쟁력을 갖고 출시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폭스바겐 게이트로 유럽차가 어려움을 겪고, GM이 감산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엔저는 일본차의 약진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 전동차 등 신차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유럽에는 주력 모델인 신형 i30를 투입하고, 미국에서는 G80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해 프리미엄 시장 판매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