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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기존 국제기구, 더이상 본래 목적 달성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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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4.23 17:12:56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CNBC 인터뷰
“WTO·IMF 지금 시대 안맞아…중견국들끼리 뭉쳐야”
“美산업계가 우릴 원치 않아 中과 협력”…美의존 탈피
“조만장자 1000명이면 시스템이 문제”…AI불평등 경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앞으로는 국제기구들이 더이상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CNBC ‘컨버지 라이브’에 출연해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세계무역기구(WTO)든 국제통화기금(IMF)이든 지금 시대에 반드시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의 다자 국제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트뤼도 전 총리는 중견국들이 새로운 협력 틀을 짜야 한다며, 기존 다자주의의 대안으로 ‘마이크로래터럴리즘’(microlateralism)을 제안했다. 마이크로래터럴리즘은 소수의 이해관계국이 특정 사안별로 모여 실질 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양자주의(bilateralism)보다는 넓고 다자주의보다는 좁은 중간 형태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사진=AFP)
즉 유엔·WTO·IMF 같은 거대 기구 대신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소수 국가들이 모여 실질 협력을 모색하자는 게 트뤼도 전 총리의 구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의 배경에는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올해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석유산업을 장악한 사건 등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뤼도 전 총리는 미국·중국·러시아·인도를 ‘강대국’으로 지목하며 “이들이 규칙에 기반한 질서 일부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그렇다면 이들이 동참하지 않을 때 나머지 국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지금 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현 총리 역시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균열’을 선언하며 중견국 연대를 촉구해왔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외교 정책에 따른 지정학적 격변 속에 외교관계 재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대미 의존도 축소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8년에 걸친 냉각기 끝에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트뤼도 전 총리는 “이제 우리는 중국과의 협력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미국 산업계가 더 이상 우리와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또 관세를 때릴 것인가’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파트너를 찾아왔고, 이는 경제적 압박을 우회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초기 표적이 된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보복관세로 맞섰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캐나다산 알루미늄 수입은 관세가 25%에서 50%로 두 배 오른 지난해 이후 27% 감소했고, 캐나다는 유럽으로 판로를 돌리고 있다.

트뤼도 전 총리는 “바다 건너 수천㎞보다 수백㎞ 가까운 곳에 파는 게 낫지만, 그 정도 불편 때문에 다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믿을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트뤼도 전 총리는 이외에도 인공지능(AI) 확산이 막대한 부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혜택이 소수 엘리트에 집중되면 사회 전반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조만장자(trillionaire)가 1000명이 나오는 세상이 된다면 이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고, 모두가 ‘이 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확산된 반(反)무역 정서를 “사실상 반번영 정서”로 규정하며, AI가 불러올 불평등은 세계화 시대의 격차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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