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승부수…AI 투자 위해 엔비디아 지분 다 팔았다

방성훈 기자I 2025.11.11 18:30:36

소프트뱅크, AI 투자 호조로 순익 2배 껑충
오픈AI 투자이익이 전체 실적 끌어올려
10월 엔비디아 지분 58.3억달러에 전량 매각
AI 본격 투자 위해 ‘총알’ 확보 평가 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순이익이 최근 1년 사이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에서 큰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소프트뱅크는 또 엔비디아 지분 58억 3000만달러(약 8조 5400억원)어치를 전량 매각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AFP)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2025회계연도 2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고, 순이익이 2조 5000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1조 2000억엔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LSEG 예상치 2070억엔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규모다.

이는 비전펀드 투자 성과에 힘입은 결과다. 비전펀드 사업의 투자이익은 3조 5361억엔으로, 1년 전 6103억엔 대비 대폭 확대했다. 또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비전펀드 포트폴리오에는 오픈AI, 페이페이, 엔비디아, 오라클, 쿠팡, 디디추싱 등이 담겨 있다.

미국 오픈AI 및 일본 지급결제업체 페이페이에 대한 투자이익이 전체 비전펀드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두 회사에 대한 투자이익은 2조 8000억엔으로, 이 중 오픈AI 투자이익만 2조 1567억엔에 달한다.

소프트뱅크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8% 증가한 3조 7368억엔으로 집계됐다.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AI용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엔비디아 주식 3210만주를 58억 3000만달러에 처분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이를 통해 3544억엔(약 3조 3600억원)의 이익을 확정했다고 회사는 부연했다. 지난달 매각이 이뤄져 이날 공개한 2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엔비디아 지분 매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오픈AI 등 본격적인 AI 투자에 나서기 위해 ‘총알’ 마련 목적이란 분석이다. 소프트뱅크는 9월 30일 현재 108억달러를 오픈AI에 출자하고 있으며, 다음달 225억달러를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현재 출자한 108억달러의 공정가치는 265억달러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회사보다 소프트웨어 기업, 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보다 챗GPT를 개발하는 오픈AI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인 만큼, 매각 시점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이 2019년 엔비디아 지분 4.9%를 매각한 뒤 주가가 폭등했던 사례도 다시금 회자된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33억달러 수익을 올렸지만, 손 회장은 1500억달러 잠재 수익을 놓쳤다고 뒤늦게 한탄한 바 있다.

손 회장이 장기적 관점에서 AI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그는 “AI는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기술이며, 소프트뱅크를 그 중심축으로 세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엔비디아, 오픈AI, 오라클, ARM 등 굵직한 AI 기업에 투자했고, 최근엔 스위스 ABB 로봇사업부를 54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투자 확대와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2배 이상 상승했다. 손 회장은 일본 내 최대 부호로 등극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내년 1월 1일부로 1주당 4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주주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투자기관 CLSA의 올리버 매튜 애널리스트는 “오픈AI의 기업가치를 1조달러로 가정할 경우 소프트뱅크 주가는 여전히 보유 자산가치 대비 25% 할인된 수준”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 9000엔으로 제시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