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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유해용 영장 기각…法 "범죄 성립 의문" Vs 檢 "기각을 위한 기각...

노희준 기자I 2018.09.20 23:15:01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구속영장 기각
법원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증거인멸 우려 없어"
검찰 "공개적인 고의 증거인멸에 면죄부" 강력 반발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법원이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기밀인 재판 관련 자료를 반출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사진)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의 첫 피의자 신병확보 시도는 무산됐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이유를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라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검찰이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위반, 절도 혐의,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 전 연구관은 퇴직 때 기밀문건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을 들고 나간 혐의를 유 전 연구관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의혹도 받는다.

또한 대법원 근무 중에 당시 대법원에 계류했던 숙명여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의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사건을 변호사 개업 뒤 수임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캠코가 지난 2012년 5월 숙명여대에 대해 국유지 2만㎡를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73억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자 숙명여대가 유 전 연구관을 법률대리인으로 해서 나선 소송이다.

숙명여대는 해당 소송에서 1938년 조선 왕족 사무를 담당한 기관으로부터 부지 사용을 허락받았다고 주장했고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했다. 검찰은 그가 대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하기 전후로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통화를 하고 숙명여대 사건과 관련한 대화를 한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허 부장판사는 “변호사법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해당)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을 종합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 전 연구관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당시 영장에 기재된 방법을 어긴 위법한 집행시도가 있었고 수사기관에 의해 언론에 알려지고 보도된 압수·수색영장 기각사유가 범죄 불성립이라는 것을 알고 향후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의 탐색 수집 시도가 재차 이어질 것을 우려해 삭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공무원으로 재직 당시의 피의자의 직책·담당업무의 내용 등에 근거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 부분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돼 있는 점 및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안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판사의 장문의 기각사유는,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며 “그간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왔는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의자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국민이 지켜본 바 있다”며 “이런 피의자에 대하여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는 이런 공개적 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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