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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무더기 참석 공통점…정경유착 여부가 핵심 쟁점
이날 청문회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5공비리 청문회에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류찬우 전 풍산금속 회장, 장치혁 전 고려합섬 회장,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이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 등 재계 총수 6명이 참석했다. 1988년에는 원로그룹인 재계총수 1세대가, 2016년에는 재계 총수 2·3세가 참석했다.
핵심은 정경유착 여부였다. 일해재단 청문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이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모금의 강제성과 대가성이 문제였다. 이번 재계 청문회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돈을 낸 게 자발적이었는지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 모금의 핵심고리 역할을 했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일해재단 모금은 5공화국 실세였던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주도했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주도했다. 아울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금과정의 핵심 역할을 한 것은 공통점이었다.
재계총수들의 답변 태도는 달랐다. 일해재단청문회 당시 정주영 전 회장은 “아웅산 유족들을 돕는다는 취지에 적극 협조했지만 기금 목표가 200억 이상으로 증액될 때는 내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제모금을 사실상 인정하는 폭탄 발언이었다. 반면 최순실청문회에 참석한 재계총순들은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강제성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특혜, 총수사면 등의 대가성은 부인했다.
◇최순실 게이트 장기화에 이슈 발굴 애로…“제2의 노무현은 없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청문회에는 이른바 스타가 탄생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1988년 5공비리 청문회 당시 인권변호사 출신의 초선 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리적인 언변과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으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재벌총수의 비위를 맞추거나 쓸데없이 목청만 높인 여야 의원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과시했기 때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재계 거물인 정주영 전 회장의 위세에 전혀 눌리지 않았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무성의한 답변에는 명패를 집어던지는 거침없는 행보까지 선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이른바 ‘청문회 스타’라는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2002년 대권을 거머쥐었다.
촛불민심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청문회에서 스타 탄생이 기대됐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눈에 띄는 여야 정치인은 없었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국정감사 이후 두 달여간 지속되면서 수많은 언론보도와 검찰수사를 통해 주요 내용과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이 때문에 청문회 스타를 노렸던 여야 의원들이 국민적 이목을 확 잡아당기는 신선한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았다는 것. 아울러 촛불민심을 의식해 재계 총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다가는 본인의 정치적 인지도 상승을 위한 인기 영합적 발언이라는 역풍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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