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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30조원 첫발…"원금 회수보다 중요한 건 '한국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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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23 23: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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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분석
텍사스 가스발전, 2000억달러 전략투자 첫 사업
20년간 최대 454억달러 회수 예상…PPA는 아직 미정
원전·알래스카 후속 대기…1호 사업이 투자원칙 선례
“기업 수주·기술·시장접근 등 전략적 수익도 따져야”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한미가 2000억달러(약 273조6400억원) 규모 대미 전략투자를 약속에서 실행 단계로 옮기기 시작했다. 첫 사업은 223억달러(약 30조5100억원) 규모의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다. 정부는 20년간 투자 원금의 약 두 배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아직 생산된 전력을 장기간 사줄 구매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통상 전문가들은 첫 사업에서 확정될 수익배분과 위험분담 원칙이 향후 원전·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규모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투자금 회수를 넘어 한국 기업이 확보할 사업기회까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TSI Hub)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선정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은 총 6.3GW(기가와트) 규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하는 텍사스의 전력 수요를 겨냥해 1.4GW 규모 가스터빈 발전소를 먼저 건설한 뒤 4.9GW 규모 복합화력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총사업비는 223억달러다. 정부는 향후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해 사업에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약속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개별 프로젝트로 전환되는 첫 사례다. 한미는 조선 분야 1500억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를 합쳐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도 이 같은 투자 규모가 명시됐다.

전날 뉴욕에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략투자 협의가 진전된 것을 환영했다. 다만 양 정상은 엔시날이나 원전, 알래스카 LNG 등 개별 사업을 확정하지 않았고 공식 발표 시점도 정하지 않았다. 1호 사업이 국내 절차상 추진 단계에 들어섰지만 223억달러가 당장 미국으로 송금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원금 두 배 회수한다지만…‘누가 전기를 사나’가 빠졌다

관건은 정부가 판단한 ‘상업적 합리성’이 실제 계약에서도 유지되느냐다.

지난 6월 시행된 한미전략투자법 시행령은 개별 사업의 예상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 예상수입으로 투자 원리금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있어야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규정한다. 원리금 계산에는 투자 시점의 미국 20년물 국채금리에 별도의 가산금리까지 반영한다.

문제는 엔시날 사업의 핵심 수익 기반인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PPA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기업 등이 일정 기간 정해진 조건으로 구매하는 계약이다. 대규모 발전소 입장에서는 향후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핵심 장치다.

법무법인 태평양 TSI 허브의 최병일 고문·김지이나 변호사는 “향후 PPA를 비롯한 최종 계약조건이 (사업성 평가의) 가정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전제가 달라질 경우 사업성과 투자조건을 어떻게 재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투자구조 역시 따져봐야 한다. 현재 알려진 구조대로라면 투자금은 한국 측이 전액 부담하면서 사업 지분은 한미가 50대50으로 나눈다. 앞으로 양해각서(MOU)와 개별 계약에서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건설비가 예상보다 늘거나 공사가 지연될 경우 손실을 누가 부담할지, 단계별 투자금 집행을 어떤 조건에 연동할지가 실제 투자 성패를 좌우한다.

최병일(왼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과 김지이나 태평양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최병일(왼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과 김지이나 태평양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1호 사업보다 중요한 ‘선례’…원전·알래스카가 뒤따른다

엔시날에 관심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223억달러짜리 단일 사업을 넘어 앞으로 집행될 대미 전략투자의 ‘룰’을 만드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미전략투자법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더라도 국가안보나 공급망 안정 등을 이유로 추진하려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미전략투자법은 사업관리위원회가 한국 기업 등의 벤더·공급업체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 참여 방안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후속 사업으로 추진계획을 마련한 미국 대형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은 아직 엔시날처럼 추진이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 특히 원전은 웨스팅하우스 지분과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 알래스카 LNG는 장기 LNG 구매와 지분투자, 플랜트·선박·기자재 수주 등을 각각 따져봐야 한다.

태평양 TSI 허브는 이런 점에서 대미투자의 성과를 단순한 ‘재무적 수익(Commercial Return)’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 기술과 지식재산권(IP), 공급망 안정, 향후 미국 및 제3국 사업 참여 같은 ‘국가 전략적 수익(National Strategic Return)’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억달러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 규모다. 미국의 발전소와 원전, LNG 인프라를 한국 자금으로 건설하면서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데 그친다면 대규모 전략투자의 의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첫 사업의 진짜 시험대는 미국에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로 한국이 무엇을 가져오느냐가 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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