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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볼턴 보좌관의 이름을 세 번이나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무산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 부상이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볼튼(볼턴)이 어떤 자인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힌 배경에는 미국 내 강경파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이 자리한다.
북한이 김 부상을 앞세운 것은 볼턴과의 과거 전력 때문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004년 국무부 차관으로 리비아 핵 문제에 관여했다. 미국측 6자회담 대표에게도 리비아식 모델을 주입했는데 당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김 부상이었다. 볼턴이 냈던 강경 메시지를 북한으로서는 비슷한 ‘급’의 김 부상을 통해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임자들의 전철을 답습한다면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하지 못한 최상의 성과물을 내려던 초심과는 정반대로 력(역)대 대통령들보다 더 무참하게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자극했다. 평화라는 ‘성과물’을 위해서는 볼턴과 같은 ‘전임자의 전철’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겨냥한 듯한 “천하의 인간쓰레기”라는 언급도 남측을 향하는 같은 선상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강도높은 반발에 한미는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에 미군 전략폭격기 B-52를 제외할 방침을 정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볼턴에 대한 미국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봤다. 남북미간 갈등을 수습하고 북미 정상회담 사전 준비에 다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