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반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6월 초 엔화는 다시 달러당 160엔 안팎으로 되돌아갔고, 30일에는 162.40엔까지 밀리며 1986년 이후 최저치를 새로 썼다. 두 달도 안 돼 개입 효과가 완전히 증발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왜 거액을 쏟고도 엔저를 막지 못하는 걸까. 30일 블룸버그 보도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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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요인은 미·일 금리 격차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올렸지만, 여전히 국제적으로는 낮은 수준이어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는 국가부채도 부담이다.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과 만성 재정적자가 일본 자산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5%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데, 유가 상승은 곧 에너지 수입 대금으로 달러 수요를 늘려 엔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다. 중동발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미국 금리 전망이 ‘인하’에서 ‘인상’으로 선회한 점도 달러 자산의 매력을 높여 엔화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엔화 약세가 왜 문제인가?
△엔저는 일본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저렴한 여행지로 만들고 수출 대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 구조상 엔저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생활비 부담을 키우고 내수기업 마진을 압박한다. 이로 인한 생활비 위기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전 두 명의 총리가 물러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한 엔화가 일본 제조업체에 불공정한 무역 우위를 준다며 거듭 비판해온 것도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원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는 양국 무역 협상의 쟁점이 되기도 했다.
-엔화 방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가장 즉각적인 수단은 직접 개입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고팔아 가치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투기 세력에 과도한 거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
일본은 2024년에도 네 차례에 걸쳐 총 1000억달러(약 155조원) 가까이 투입해 엔화를 방어한 바 있다. 당시 개입은 모두 달러당 160엔 안팎에서 이뤄지며 이 수준이 정책당국 개입의 비공식 ‘마지노선’으로 자리잡았다.
직접 개입 외에 구두 개입도 활용된다. 재무상이나 재무성 외환담당 고위 관료가 경고성 발언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시장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조치를 취하겠다(taking action)’는 표현은 통상 개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개입은 실제로 효과가 있나?
△개입 직후 효과는 통상 뚜렷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개입 직후 몇 초 안에 엔화가 달러 대비 약 2엔, 몇 시간 안에 4~5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추세를 견인하는 경제 펀더멘털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효과는 대개 일시적이다.
실제로 지난 4월 30일 개입 직후 엔화는 급격히 강세를 보였지만 반등세는 곧 사그라들었다. 6월 초 다시 달러당 160엔 안팎으로 돌아섰고, 6월의 마지막날인 이날에는 40년 만의 최저치인 162.40엔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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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성의 외환보유고는 5월 말 기준 1조900억달러(약 1689조2820억원)에 달해 실탄은 충분하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도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실탄이 아니라 효과다. 우에노 쓰요시 일본생명(NLI) 리서치 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통화 하락세를 즉각 되돌릴 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면서 “시장도 이를 알고 있으며, 이것이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복적인 개입이 근본적인 시장 역학을 바꾸지 못한다면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가격 책정과 환헤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부담이 되고, 추세 지속에 베팅한 트레이더에게 손실을 안길 수도 있다는 점도 정책당국이 고려해야 할 변수다.
-직접 개입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
△이론적으로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미·일 금리 격차를 좁혀 엔화 매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BOJ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기 직전과 비교해 양국 정책금리 격차가 이미 절반 이하로 줄었음에도 엔화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의 자본 국내 회귀와 국내 투자 확대, 재정 개혁을 통한 국가부채 축소 등도 장기적으로 엔화를 지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6월 인공지능(AI)·반도체·방위·조선 등 핵심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다만 이런 구조적 처방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엔저를 어떻게 보고 있나?
△미국 당국은 과도한 엔화 약세에 민감하다. 지난 1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부를 대신해 금융기관들에 달러-엔 환율을 문의한 것이 엔화 급반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무역상 우위를 위해 엔화를 의도적으로 약세로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해왔고, 일본은 미 재무부의 외환 관행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 다만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충족하지 않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BOJ가 금리를 인상해 엔화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직접 개입보다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근본 해법이라는 점을 사실상 못박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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