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국회·정부까지 나섰다. 박원순·김부겸 등 대선 주자들과 김종인 전 대표, 야당 의원 20여명은 14일 단체 영화관람을 했다. 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우태희 2차관 등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공무원들은 이미 영화를 보고 관련 에너지정책을 검토 중이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이관섭 사장도 영화를 본 뒤 임직원들에게 관람을 독려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탄핵 정국에서 시장·국회·정부 모두 물밑에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전 정책이 대선정국에서 첨예한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도라’ 단체관람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대선 공약에도 관련 정책을 반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만약 야당이 원전 재검토를 전면 요구하면 연간 50조원(작년 한전 판매수입 기준)이 넘는 전력시장 판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영화 ‘판도라’ 이후 원전 정책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도 있는 형국이다.
◇30년 넘은 원전 7기..2029년까지 12기 추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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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노후 원전에 대한 폐쇄 시점이 빨라질지 여부다. 김영춘(부산 진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활성단층대에 심상찮은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등 노후원전 가동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원전은 고리 1·2·3·4호기, 한빛 1·2 호기, 월성 1호기 등 7기로 경주, 부산, 전남 영광에 밀집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1개꼴로 건설 예정인 원전 계획이 바뀌거나 노후 원전이 당장 폐쇄되면 전력수급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겨울 최대전력 수요(피크)는 역대 최고 수준인 8700만kW(1월2~3주) 수준까지 오르는 등 이상 기온으로 갈수록 전력수요가 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피크 시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전 일부만 가동이 안 돼도 수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값싼 원전” Vs “안전한 신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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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안전한 에너지원인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가 뜰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영화 판도라를 통해 안전하지만 다소 비싼 전기를 쓰는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전(015760)에 따르면 전력거래 단가(올해 상반기 평균)는 원자력(65원/kWh)이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89원/kWh)은 석탄(73원/kWh)보다도 비싸다. 전력거래소는 경제급전 원칙(연료비 최소화)에 따라 원전으로 생산한 전기부터 구입하고 있다.
만약 경제성보다는 안전을 우선해 원전을 줄인다면 요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단가가 비싼 신재생을 늘리는 만큼 전기요금을 부담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네 번째 쟁점이다. 국민들이 주택용 요금 상승을 수용할지 여부의 문제를 비롯해 산업용 요금을 올릴 지는 경제정책과도 연관돼 있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짧은 시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원전을 통한 값싼 전기도 한 몫을 했다”며 “현실적으로 볼 때 당분간 신재생만으로 이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갖는 메시지는 딱 하나, 우리의 선택은 원전이 아니라 안전이라는 것”이라며 “탈원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독일뿐만 아니라 최근에 대만에서도 이미 결단한 바가 있다. 결국 핵발전 대신 신재생 에너지가 미래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원전에 대한 대한 반감이 방폐장 부지 문제까지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7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고농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정책 로드맵을 확정, 현재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원전에서 나온 고농도 폐기물이 단기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되고 있기 때문에 부지 선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원전 인근 주민들은 “불통 정부를 믿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고 산업부는 “과도한 이기주의·님비(NIMBY)”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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