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연 1.5만건 예상…4심제 부작용 없도록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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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6.03.10 17:49:09

기자간담회 열고 제도 도입 취지 및 준비 상황 설명
1·2심 판결도 제기 가능…'4심제' 우려엔 해외 판례 검토
'경력 15년 이상' 사전심사부 구성…법원·검찰 협력 구축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헌재는 제도 시행 초기 연간 최대 1만 5000건의 사건이 추가 접수될 것으로 전망하며 사전심사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소원 제도 도입 취지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손인혁 사무처장은 “재판소원이 금지됨으로써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법원의 재판작용에 대한 헌법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며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행정부와 법원의 공권력 작용도 헌법적 통제 대상이 돼 국가권력 행사가 보다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고 기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재판소원 도입 관련 언론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1·2심 판결도 제기 가능…‘4심제’ 우려엔 해외 판례 검토

개정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헌재는 직권 또는 청구인 신청에 따라 선고 시까지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4심제’로 기능할 수 있다며 재판 확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처장은 “이른바 4심제라고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연구원을 중심으로 외국의 판례와 실무경험을 충실히 검토하고 있다”며 “학계 및 실무계의 여러 전문가들과 재판부 연구부 간의 건설적인 대화와 소통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이에 충실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은 법 시행 이전에 선고된 판결이라도 확정일 기준 3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 청구는 법 시행 이후에 해야 한다. 즉, 시행일 기준으로 역산해 30일 이내 판결이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판소원의 대상은 확정된 재판이지만 반드시 대법원 판결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론적으로는 1심이나 2심 판결도 가능하다는 취지이나, 권리 구제를 위한 통상적인 절차를 충분히 거쳤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손 처장은 “당사자가 항소나 상고를 할 수 있는데도 재판소원을 한다면 가능한 모든 권리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떄문에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 파기자판, 파기 환송 등의 규정까지 두지만 우리나라에서 헌재의 권한은 ‘재판 취소’까지로 한정된다. 재심 절차와는 별개의 개념으로, 재판이 취소되면서 아예 없었던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해당 심급 법원이 다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재판소원 과정에서 헌재가 가처분 결정을 통해 효력을 정지할 수 있으나 공익과 사익을 비교해 제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재판소원 도입 관련 언론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경력 15년 이상’ 사전심사부 구성…법원·검찰 협력 구축

최근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에 대비해 내부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재판관 회의를 통해 사건 처리 체계에 대한 전반적 사안을 논의했다. 사무처 차원에서는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심판지원실장과 관련 부서 과장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 행정준비단을 발족했다.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사건의 사건명은 ‘재판취소’, 사건부호는 ‘헌마’로 정하고 기존 사건과 구분해 별도의 배당통으로 사건을 배당하기로 했다. 또 전자접수된 기록은 원칙적으로 종이 기록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초기에는 관련 사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처장은 “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률이 약 25~3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1만~1만 5000건 정도의 재판소원이 추가로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의 사전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법조 경력 15년 이상 헌법연구관으로 구성된 전담 사전심사부를 설치했다. 사전심사부는 연구관 8명으로 구성되며 재판소원 사건의 적법 요건을 검토하고 관련 소송 법리를 정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늘어나는 사건에 대비해 헌법연구관과 심판사무 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으며 예산 당국과 인력 증원 및 예비비 확보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법 시행 직후에는 사무처 직원의 근무 부서를 조정해 접수와 사건 처리를 지원할 임시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재판소원 사건의 전자 접수를 위해 전자헌법재판센터에 관련 기능 개발을 완료했으며 법 시행일에 맞춰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청구서 기재 사항과 제출 첨부서류 등을 새로 추가한 ‘헌법재판소 심판 규칙’도 이번 주 개정법 공포와 맞춰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사건 배당과 헌법재판 통계 등에 대한 내규도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 기록 확보와 관련해 법원과 검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마련 중이다. 지성수 사무차장은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판소원 심리에 필요한 경우 법원에 기록 송부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전자헌법재판센터를 통해 전자 문서 방식으로 자료 제출과 송달도 가능하다”며 “형사 사건의 경우 확정 판결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과 기존 기소유예처분 사건에서 업무 협조가 잘 이뤄져 왔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 처장은 “재판소원 도입은 단순히 헌법재판의 내용이 달라지는 차원을 넘어 국민 기본권 보장에 의미 있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라며 “헌재 구성원 모두가 이번 제도개선에 담긴 국민의 뜻과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원활히 운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행정처장을 대행하고 있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날 헌재를 찾아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손 사무처장 등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 관계자는 “부임 인사차 간 것이고 아직 재판소원 관련 구체적 논의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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