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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합종연횡에서 각자도생으로”…증권가 자체 STO 플랫폼 구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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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서 기자I 2026.06.10 18:45:05

당국, 주식·채권 금융자산 토큰화 검토
증권가, 공동 대응서 개별 플랫폼으로
플랫폼 종속 피하고 데이터 직접 확보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증권가의 STO(토큰증권발행) 대응 전략이 기존 ‘합종연횡’에서 ‘각자도생’으로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이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면서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자 증권사들은 서비스 차별화와 고객 데이터 확보를 위해 자체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자체 STO 플랫폼 구축을 위해 주요 IT 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보제안요청서(RFP)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STO 플랫폼 구축을 위한 RFP를 공식 발송했다.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STO 사업을 위한 내부 기획을 마무리하고 플랫폼 구축 준비에 나선 상태다.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섰던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고 시스템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오는 7월 자체 STO 플랫폼 오픈을 목표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분위기는 달랐다. 증권사들은 STO 협의체를 잇달아 꾸리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중심의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 한국투자증권 중심의 한국투자 ST프렌즈, NH투자증권 중심의 STO 비전그룹, KB증권 중심의 ST 오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증권사들이 공동 플랫폼 대신 자체 플랫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변화가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제2차 회의에서 MMF나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인 정형증권의 토큰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그간 STO 시장이 부동산, 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 중심의 조각투자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제도권 금융의 핵심 자산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STO 시장의 무게중심이 조각투자에서 전통 금융자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셈법도 달라졌다. 공동 플랫폼에 참여하는 수준으로는 향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수십억 원의 비용 부담에도 자체 플랫폼 구축을 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으로 ‘플랫폼 종속’에 대한 경계감을 꼽는다. 공동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비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스템을 여러 증권사가 함께 쓰는 구조인 만큼 상품 설계와 서비스 방식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각 사의 강점을 살린 하이브리드 상품이나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워지고, 결국 플랫폼 운영 주체가 정한 틀 안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한계가 생긴다.

데이터와 고객 접점의 주도권도 핵심 이유로 꼽힌다. STO 플랫폼에서는 발행과 청약, 거래 과정에서 투자자의 관심 자산, 투자 규모, 거래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는 향후 맞춤형 상품 추천, 자산관리 서비스, 신규 디지털 금융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공동 플랫폼 체제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가 외부 플랫폼에 쌓이거나 경쟁사와 일부 공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자체 플랫폼 구축은 단순히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STO 시장이 본격화됐을 때 상품 기획부터 고객 관리, 데이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대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핵심 자산인 고객 데이터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외부에 의존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독자 노선을 택한 증권사들 앞에는 촉박한 일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보안성과 안정성을 갖춘 블록체인 기반 STO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통상 8~1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내년 2월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개발 일정은 빠듯한 상황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실제 STO 인프라 구축 경험을 갖춘 전문 IT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한정된 기술 파트너를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STO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공동 플랫폼에서 벗어나 자체 구축으로 방향을 튼 것은 결국 상품과 고객 데이터의 주도권을 직접 쥐겠다는 의미”라며 “다만 법 시행 전까지 안정적인 시스템을 완성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몇 달간 기술 파트너 확보와 개발 속도가 각 사 STO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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