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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컷에 담긴 희로애락, 실사로 황홀하게… 고레에다 ‘룩백’[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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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10.08 17: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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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 타츠키 원작 실사화
데구치 나츠키·마키타 아쥬 주연
창작의 기쁨부터 상실·후회까지
고레에다 섬세한 연출·여운 압권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네 칸짜리 만화에서 시작된 두 소녀의 우정이 한 편의 황홀한 성장담으로 펼쳐진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심과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마주한 질투, 같은 꿈을 꾸는 친구를 얻은 기쁨과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은 꿈을 좇는 청춘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룩백’은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이다. 학교 신문에 네 칸 만화를 연재하며 실력을 인정받던 후지노는 등교하지 않는 동급생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자부심은 경쟁심으로 바뀌고, 후지노는 쿄모토를 뛰어넘기 위해 그림에 매달린다. 서로를 모르던 두 사람은 뜻밖의 만남을 계기로 함께 만화를 그리는 친구이자 동료가 된다.

영화는 성격도 생활 방식도 다른 두 소녀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후지노에게 쿄모토는 자존심을 무너뜨린 경쟁자이면서 다시 펜을 들게 한 사람이고, 쿄모토에게 후지노는 닫힌 방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사람이다. 서로의 재능을 부러워하던 마음이 믿음과 우정으로 바뀌는 과정이 차곡차곡 쌓인다.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두 소녀의 순수한 열망을 선명하게 보여줬다면, 실사영화는 함께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는 아련함을 더한다.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나란히 앉아 밤새 그림을 그리는 시간, 완성한 만화를 함께 바라보는 순간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뒤 찾아오는 상실과 후회도 더욱 뼈아프다.

고레에다 감독은 슬픔을 과장하거나 관객에게 눈물을 재촉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머문 방과 그림이 놓인 책상, 한 사람이 떠난 뒤 남겨진 자리를 오래 바라본다. 따뜻한 색감과 잔잔한 음악도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두 소녀가 보낸 시간을 또렷하게 되살린다. 고레에다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 한 점을 천천히 감상하는 듯한 영화다.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영화 '룩백'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중앙)
후지노와 쿄모토를 연기한 데구치 나츠키와 마키타 아쥬는 원작 속 두 소녀를 자연스럽게 현실로 옮긴다. 초반을 책임진 나나세 후리와 오카다 로카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과 친구를 향한 동경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아역 배우들이 두 사람의 우정이 시작되는 순간을 설득했다면, 성인 배우들은 성장과 이별을 거치며 달라진 마음을 절제된 연기로 완성한다.

‘룩백’은 무엇을 이루었는지만큼 누구와 그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그림을 기다려주고, 같은 책상에 앉아 꿈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만화를 그리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창작의 기쁨을 넘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유독 선명하게 남는 이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연출. 러닝타임 100분. 10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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