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약서에 적힌 이 다섯 글자는 평소 스타트업 대표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회사 대표나 최대주주를 가리키는 계약상 표현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 사업이 순조로울 때 이해관계인 조항은 계약서 한쪽에 머문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안에는 이 조항이 문제 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하던 거래가 무산되거나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상환권과 손해배상 책임이 실제로 행사되면서 회사가 부담할 책임이 대표 개인의 채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계약서 속 다섯 글자는 대표의 급여와 퇴직금, 부동산을 넘어 회사 지분과 경영권까지 흔드는 근거가 된다. 좋을 때는 존재감조차 없던 조항이 일이 틀어진 뒤 가장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국내 최대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스타트업 OGQ를 둘러싼 채무 분쟁이 벤처캐피털(VC)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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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철호 OGQ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1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신 대표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지난 4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지난 2011년 신철호 대표가 설립한 OGQ는 이모티콘·이미지·폰트 등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 OGQ마켓 등을 운영하며 1700만명의 사용자와 130만명의 크리에이터를 확보, 국내 최대 규모의 지식재산권(IP) 마켓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사안이 이례적인 것은 OGQ에 변제 여력이 있고 해결 방안까지 마련됐는데도 '이해관계인'으로 지정된 대표 개인이 상환 책임을 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OGQ는 현금과 현금화 가능한 보유자산을 합쳐 약 4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와 주주 약 70%가 차등유상감자나 제3자 매각에 찬성했고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도 차등유상감자에 구두로 동의했지만, 동의권을 가진 일부 주주의 반대로 절차는 끝내 진행되지 못했다. 변제 재원도, 해결 방안도 있었지만 원금과 이자를 합친 약 120억원의 채무는 결국 신 대표 개인의 책임으로 확정됐다.
이후 채권자는 신 대표의 급여와 퇴직금, 부동산을 압류한 데 이어 OGQ 지분에 대한 특별현금화 절차에 착수했다. 특별현금화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비상장주식을 법원이 정한 방식으로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신 대표 측은 채권액 변제에 보유 지분의 약 12%면 충분하지만, 지분 일부가 아닌 보유 지분 전체가 매각될 경우 경영권까지 제3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이해관계인 조항의 책임 범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의 적법한 권리 행사와는 별개로 회사가 채무를 변제할 자산과 주주들의 해결 의사를 갖고 있는데도 대표 개인의 재산과 경영권 지분까지 집행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서에 연대보증 문구가 없었음에도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투자금 반환 책임이 대표 개인에게 귀속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사실상 우회 연대보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연대보증 폐지 취지가 민간 투자계약 안에서 다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계약 조항 하나가 창업자 개인의 재산과 경영권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사를 고르는 단계부터 상대의 과거 행보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조건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사업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투자사가 협상에 나섰는지, 계약상 권리를 어느 수준까지 행사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창업자들은 변호사 비용을 아끼지 말고 투자받을 곳의 평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성과가 좋았던 회사뿐 아니라 결과가 좋지 않았던 회사의 창업자 2~3명과도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성공한 포트폴리오사의 평가는 대외적으로 쉽게 드러나지만 갈등이나 소송을 겪은 창업자의 경험은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 만큼, 투자사의 실제 성향을 확인하려면 사업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던 사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투자사에 대한 사전 검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벤처투자협회 회장은 이데일리에 "창업을 독려하고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업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며 "사각지대로 인해 창업자가 피해를 보는 부분은 협회 차원에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법 개정을 거듭해 이런 부분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VC업계 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이데일리에 "법원의 판결로 대표 개인 파산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해관계인 조항의 허점으로 연대보증금지법이 뚫리는 상황은 어쩌면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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