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2014. 6. 4. 실시하는 서울시의회의원선거에서 강남구제1선거구는 후보자수가 의원 정수와 같으므로 투표를 실시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논현1·2동, 청담동, 삼성1동 유권자들이 받은 무투표 통지문이다. 당시 이 지역에는 1명을 뽑는 시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후보 1명만 후보로 등록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다음달 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 통지문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데일리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당 지역위원회 공천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번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선거에서 단독 입후보로 무투표 당선이 예상되는 지역은 27곳으로 예측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해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이 총 57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특히 이 중에는 아직 각 당이 공천을 위한 경선을 진행 중인 곳도 있어서 무투표 당선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단독 입후보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유례 없는 여당의 강세와 다당제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대부분 지역 지자체장 후보자와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TK(대구경북)지역도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를 꾸준히 내왔던 한국당(구 새누리당)에게는 악재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도전하고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는 민주평화당이 출사표를 내는 등 ‘무혈입성’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도 무투표 당선 감소가 예상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TK 지역 지자체장 선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일후보로 등록해 무투표 당선된 기초단체장은 대구 남구청장, 달성군수, 경북 고령군수, 봉화군수 등 총 4명으로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단독 입후보한 기초단체장은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김재관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일하다. 전국 지자체중에 유일하게 무투표당선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선거운동 없이 4곳을 차지했던 한국당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당은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무투표 가능성이 줄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총 31곳(영남 25곳)에서 시·도 의원을 무투표 당선 시켰던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9곳(영남 7곳)에만 예비후보를 단독 입후보시켰다. 반면 민주당은 대구시의원을 뽑는 27개 선거구 중 단 4개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에 예비후보를 등록해 한국당을 견제했다. 보수 색채가 강해 민주당이 후보를 구하지 못한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공천에 반발해 한국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출사표를 내밀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광역의원 22명(호남 20명)이 무투표당선됐던 민주당도 이번에는 단독 입후보한 예비후보자가 18명(호남 10명)으로 집계돼 다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이 민주당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는 곳에 후보를 내면서 경쟁체제가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남에서 보수의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바른미래당 역시 후보를 내놓으며 경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