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엔 노동 해방?…되레 일 더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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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03.12 19:14:30

['직장인의 적' 된 AI]
근무시간 3년새 9분 줄었는데
업무 속도·복잡성·양 모두 증가
멀티태스킹 시간도 하루 12%↑
장기적으로는 업무 과부하
기업 의사결정 능력 저하될 수도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어쩌면 10년~15년 안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전으로 일이 선택 사항이 되는 시대가 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AI의 발달로 미래에는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생산 비용은 낮아져 제품 가격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져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취지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도 최근 “지금 다섯 살짜리 아이는 15년 뒤 직업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예측과는 반대 현상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직장인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액티브트랙이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111개 기업 직장인 16만 3600명을 대상으로 4억 4300만시간의 업무 활동을 추적한 결과 3년 만에 업무 속도와 업무 복잡성, 업무량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이메일 확인 시간과 채팅·메신저 앱 사용 시간이 각각 104%, 145% 급증했다. 업무 관련 프로그램 이용 시간도 94% 늘어났다. AI 도입 이후 사용 시간이 감소한 업무 활동 범주는 없었다. 조사 대상 직장인들 상당수는 AI로 시간 절약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AI 도입 이후 평균 근무 시간은 8시간 53분에서 8시간 44분으로 2%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가브리엘라 마우흐 액티브트랙 최고 고객 책임자는 “AI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게 아낀 시간을 곧바로 다른 업무에 투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하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탈피해 손쉽게 다른 추가 업무를 시작하도록 한 것이다. AI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지고 파편화한 업무 처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이 AI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지시하자 멀티태스킹 시간도 하루 평균 12% 늘어났다. 이에 직장인은 AI의 작업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 작업과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AI 도입 이후 다른 직원들과 협업도 34% 급증해 방해받는 시간 없이 집중하는 시간은 13분 7초로 이전보다 9% 짧아졌다. 이에 업무 몰입 저하 위험도 23% 증가했다. 업무에 AI를 도입하지 않은 사람은 변화가 없었다. 원격의료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링 팀을 이끄는 마니쉬 아난드는 “AI가 일 처리를 도울 뿐 아니라 기존 프로젝트를 더 깊게 파고든다”며 “내가 실행 계획을 세워 팀원들에게 지시하면 그 팀원들이 사용하는 AI가 내 요구사항에 5~6가지 추가 사항을 더 붙여 지시한다”고 말했다.

AI를 업무에 활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무 과부하에 걸려 기업의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아루나 랑가나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인지 과부하는 물론 번 아웃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오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업무 품질은 하락할 수 있다”며 “조직 차원에서 AI를 업무에 어디까지 확장해 적용해야 할지를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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