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맘다니 당선이 던진 세 가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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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5.11.05 16:03:40

첫 무슬림·민주사회주의자 시장…"사과할 생각 없다"
생활비 위기·트럼프 시대 재편 속 부상한 ‘뉴딜형 좌파’
트럼프와 충돌 불가피…재정 지속가능성 시험대로

4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의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선거 밤 행사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의 브루클린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선거 밤 행사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겨레 기자] “오늘 밤부터 이민자가 뉴욕시를 이끌게 됩니다. 뉴욕은 앞으로도 이민자의 도시로 남을 것입니다.”

4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34) 뉴욕시장 당선자가 승리 연설에서 외친 첫 메시지는 분명했다. 세계 금융·문화 중심지인 뉴욕을 다시 이민자·서민·노동자의 도시로 돌려놓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단순한 당선 소감이 아니라, 트럼프 시대 두 번째 국면에 들어선 미국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응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당할 수 있는 도시’ 외친 시민들…생활비 위기 속 선택

맘다니는 뉴욕시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자, 1990년대 초 데이비드 딘킨스 이후 30여 년 만에 등장한 민주사회주의자 출신 시장이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브롱크스에서 자란 그는 2020년 뉴욕주 하원의원 당선 이후 불과 4년 만에 미국 정치의 전면에 섰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와 AP통신에 따르면 맘다니는 개표율 91% 기준(5일 새벽 2시) 103만표(50.4%)를 얻어 85만표(41.6%)를 얻은 쿠오모를 제쳤다. 뉴욕주지사 출신인 쿠오모는 예비선거 패배 후 무소속으로 재도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까지 받았지만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맘다니는 승리 연설에서 “저는 젊은 무슬림이며, 민주사회주의자다. 어느 것도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뉴욕 유권자들은 정치적 왕조를 무너뜨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에서 밀려난 요리사, 배달원, 택시 운전사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맘다니의 승리는 복잡한 이념이 아니라 ‘뉴욕에서 계속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현실적 답이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버스 무료화 △보편적 무상보육 △임대료 동결 등 ‘생활비 완화’로 요약된다. 급등하는 주거비와 교통비로 밀려나는 시민들의 불안을 정면으로 건드린 셈이다.

2000년대 이후 뉴욕은 기업친화·치안강화에 초점을 맞춘 실용주의 노선이 주류였다. 그러나 부동산 폭등, 자산 격차 확대 속에서 시민들 사이에 “뉴욕은 더 이상 뉴요커의 도시가 아니다”는 회의가 확산됐다. 맘다니가 외친 슬로건 ‘감당할 수 있는 도시’(A City We Can Afford)는 이 불안에 대한 직접적 응답이었다.

민주당 이념 축 이동…중도 실용주의→생활밀착형 정책

맘다니의 당선은 민주당 내부 이념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개 지지를 유보했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진보 진영은 맘다니를 앞세워 다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맘다니의 정책은 재정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 실험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맘다니 시정의 성패는 이념이 아닌 재정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다. 버스 무료화와 무상보육, 임대료 규제 강화는 모두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뉴욕시는 이미 적자 편성과 연금 부담 확대에 직면해 있다.

미국 장외시장 운영사 OTC마켓 그룹의 크롬웰 콜슨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맘다니의 제안들은 선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책이 열정만으로 운영될 수는 없으며, 시장과 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재원이 명확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 확대가 지속될 경우 뉴욕시의 신용 전망에 하향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속가능성이 향후 시정의 실행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와의 전면 충돌…좌파 정책 실패 상징으로 세울듯

맘다니의 시정은 곧 연방정부와의 대립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부터 “급진 좌파가 뉴욕을 장악했다”고 비난하며 연방 자금 지원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좌파 정책 실패의 상징’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공격이 오히려 맘다니를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치 아이콘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분명히 들어라. 우리 중 한 사람을 넘어오려면 우리 모두를 넘어야 한다”며 “부자들이 감세 혜택을 악용하고 세금을 회피하게 만드는 부패의 문화를 끝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맘다니가 추진하는 ‘커뮤니티 안전부’ 신설은 정신건강 신고를 경찰이 아닌 사회복지팀이 대응하는 체계로, 연방의 치안정책 기조와 정면 충돌한다. 그는 또 공립학교 통제권을 분산하고 임대료 규제 강화, 공공주택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는 연방과 주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맘다니는 “정치의 어둠 속에서 뉴욕이 빛이 될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저는 매일 아침 이 도시를 어제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눈을 뜰 것입니다.” 그는 2026년 1월 1일 공식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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