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지금 낼 돈 나중에”…LG화학 덮칠 ‘대규모 감가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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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3.12 19:12:03

설비투자 이자 1978억 자산으로 잡은 LG화학
회계처리로 숨통 트였지만…향후 감가상각 반영
원가 상승에 장기적 영업이익 하방 압력 확대
화학·배터리 업황 둔화 고려하면 부담 커질 듯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LG화학(051910)이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신규 설비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2000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대규모 적자 상황에서 장부상 손실폭을 줄이는 ‘방어막’ 역할을 했지만 향후 설비 가동 시점부터 감가상각비로 전환돼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LG화학의 주력인 석유화학 업황이 2026년 올해도 짙은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가 제때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재무적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LG화학 여수 석유화학 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유형자산 취득과 관련된 차입금에서 발생한 이자 중 1978억원을 자본화(자산 처리)했다. 이는 전년 1498억원 대비 32% 급증한 수치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의 직격탄을 맞으며 자본화차입이자율 역시 3.86%~5.11%를 기록해 전년(3.36%~4.68%) 대비 상단과 하단 모두 눈에 띄게 상승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자 상당 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시설투자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대규모 이자의 자산화는 회계 기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현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23호에 따르면 건설이나 생산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이른바 ‘적격자산’의 취득과 직접 관련된 차입원가는 반드시 당해 자산 원가의 일부로 자본화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기업이 흑자나 적자 등 실적 상황에 따라 비용으로 털어내거나 자산으로 잡는 임의적 선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규정은 지난해 97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LG화학에 단기적인 실적 방어막이 됐다. 만약 이자 1978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털어냈다면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1조1000억원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설비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금융비용을 장부상 자산에 얹어 당장의 이익 하락을 방어하고 표면적인 재무 건전성 지표 악화를 최소화한 셈이다.

문제는 장부상 자산에 얹혀 덩치가 커진 이자 비용이 완공 후 설비 가동 시점부터 거대한 감가상각비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일정 기간 점진적으로 반영돼 단기적인 실적 충격은 덜할 수 있어도 단순한 영업외비용이 아닌 자산의 원가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뼈아프다는 평가다. 향후 내용연수 동안 제조원가에 가산돼 회사의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갉아먹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금융비용의 부담이 장기적인 영업이익 하락 압력으로 형태를 바꾼 셈이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지난 수년간 이 같은 차입이자 자본화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장부에 차곡차곡 누적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설비 가동과 함께 쏟아질 원가 부담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LG화학이 처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감가상각의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본업인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기약 없는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와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연구원 등 주요 기관들은 올해 산업 기상도에서 석유화학 업종과 배터리 업종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LG화학은 이 같은 업황 악화를 고려해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 대해 1조2786억원 규모의 막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일각에서는 업황 불황으로 기존 자산의 가치마저 급락한 상황에서 고금리로 불어난 신규 설비들의 감가상각비가 더해져 이중고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호황기라면 점진적으로 인식되는 감가상각비를 설비 가동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감당할 수 있지만 범용 제품 마진이 박한 상황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매출이 감소하며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확대됐다”며 “신규 증설로 감가상각비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화학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5조9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1조1809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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