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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하려던 말’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3장 분량 편지에서 A군은 범행에 대한 죄책감이나 반성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B양을 동경했는지에 대해 썼다.
“네 목소리라면 고막이 터지고 달팽이관이 찢어져도 좋았어” “네 머리끈을 손목에 감는다면 내겐 그 어떤 명품 시계보다 가치가 있을 거야” “누군가 내게 완벽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하려던 모든 말을 네가 해주고 있었어” 등이다. “너는 미치도록 완벽한데, 완벽에 비하면 나는 최악”이라며 자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B양을 향한 왜곡된 이상화는 이어졌다. A군은 “너 죽고 나서 12월 28일 네가 꿈에 나왔어. 나 왜 죽였어? 이런 내용이 아니라, 꿈속의 너는 오히려 웃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네가 옆에 앉은 나를 안아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더라”며 “그날 그때 너를 마주 보며 웃었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정말로 행복했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다시 너와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날이 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미안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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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모친은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이후 얼굴에 여드름이 나면서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갖게 됐다고 했다. 심지어 등교에도 어려움을 겪다가 고등학교 입학 두 달 만에 자퇴했다고 밝혔다.
모친은 “아들이 1년 넘게 낮에 외출한 적이 없다. 누가 얼굴을 보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혐오가 너무 심했다. 얼굴을 갈아 없애고 싶다면서 하루에 4시간씩 씻고 ‘나는 더럽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또 아들의 방에서 얼굴만 도려낸 사진을 다수 발견했다며 “아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줄 몰랐다”고 사과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피고인이 신체이형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장애로 인해 유발된 관계 망상적인 사고로 인해 범죄에 이르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완벽한 사람(피해자)과 교제를 통해 ‘완벽한 사람의 사랑을 받는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피해자를 통해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식의 생각까지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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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김기동 부장판사)는 A군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현행법상 특정 강력 범죄를 저지른 만 18세 미만 소년범은 최대 20년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 당시 A군은 만 17세로,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A군은 지난 8일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