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참고했다면서…감사위·특수관계인 규율 빠진 디지털자산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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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기자I 2026.03.03 18:13:04

[기본 없는 디지털자산기본법]③
자본시장 구조는 그대로 따르면서 지배구조 핵심만 빠졌다
법조계 "빠져서는 투자자 보호 안 된다"…디지털자산법 설계 배경 논란
이번주 분수령…감사위·이해상충 규율 강화되나 관심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이번 주 안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절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초안에 담긴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실제 입법안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자문위원들의 검토 의견서에는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내부통제 수준을 금융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포함돼 있는 만큼, 최종안에서 감사위원회 요건과 이해상충 방지 장치의 강화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이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첫 입법이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원칙 중심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동안 입법불비로 거래소 오지급 사태가 이뤄졌던 사례를 감안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통제 장치의 밀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과 괴리




자본시장법과 괴리…지배구조 '밀도 차이'

3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초안과 자문위원 검토 의견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인가·감독 틀은 자본시장법을 참고하면서도 이해상충 통제와 감사위원회 요건 등 핵심 지배구조 규율에서는 밀도가 낮은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원들은 자본시장법과의 간극을 지적하며 금융회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체계를 현행 초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초안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내부통제기준)와 제26조(준법감시인 자격요건)는 반영하면서도 제25조(준법감시인의 임면 및 보고 의무)는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25조는 준법감시인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특정 조항만을 배제한 설계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연속된 조항 중 중간 조항만 제외하는 것은 통상 명확한 정책 판단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라며 "보고 의무 조항이 빠질 경우,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위반 사항을 인지하더라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반드시 보고해야 할 법적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준법감시인을 통한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역시 보고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자본시장법 및 금융회사기재구조법은 일정 규모 이상 회사에(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일정규모 이상인 경우 상장사가 아닌 경우도 감사위원회 설치의무 존재) 사외이사 과반 구성과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전문성 요건과 특수관계인 거래 규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 계열사 간 이해상충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초안은 내부통제기준과 준법감시인 제도를 규정했지만, 감사위원회 구성 비율이나 사외이사 독립성, 특수관계인 거래 통제 등 세부 요건은 명문화하지 않았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설치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자문위원들 역시 플랫폼 사업자가 상장·중개·보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임에도 특수관계인 거래 통제나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같은 장치가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내놨다. 실제 자문의견서에 따르면 한 자문위원은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 부문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비교해 요건이 협소하기 때문에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와 동일하게, 디지털자산사업자도 금융 법령 및 감독 전문성을 갖춘 금융당국 인사 등이 준법감시인으로 선임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독 틀은 따르고, 통제 장치는 완화…그 배경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자본시장법과 비교했을 때 지배구조 규율의 밀도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내부통제 실패가 곧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위원회 권한을 제도화해왔다. 반면 초안은 내부통제 기준과 준법감시인 제도를 두는 데 방점을 찍었을 뿐, 이해상충을 전제로 한 구조적 통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설계 차이가 단순한 규제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랫폼이 상장과 거래, 보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에서 이해상충 통제 장치의 밀도는 곧 투자자 보호 수준과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자문위원들도 지난 회의에서 이를 우려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규율이 촘촘하지 않을 경우 이미 시장 점유율과 자본력을 확보한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계열사 거래와 상장 심사 구조, 자체 토큰 발행 등에서 플랫폼의 재량이 확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독 체계는 자본시장법을 따르면서도 지배구조 핵심 장치만 밀도를 달리했을까. 일각에선 특정 외부 법률 전문가가 초안 정리 작업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의 주체는 의원실이지만, 조문 구조와 체계 정리는 외부 법조계 인사 한 명이 중심이 돼 작업했다"며 "그 과정에서 산업계, 특히 일부 대형 사업자들의 의견이 설계 방향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의 참여는 통상적인 절차다. 다만 최근 오지급 사태 등으로 시장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이해상충 통제와 감사위원회 요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배경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절충안 논의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의 이슈와 함께 자본시장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대비 지배구조 통제 장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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