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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안 받아?"…VR 통해 피해자 공포감 직접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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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현 기자I 2026.08.06 14: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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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구치소 가상현실(VR) 심리치료센터 체험기
피해자 시점서 공포 직면…단순 시청 넘어 질문·선택지 제시도
시범운영 결과 공감능력↑·공격성↓…성폭력 인지왜곡 개선 18.1%↑
현장 교도관 "수형자, 손 떨며 범행 곱씹기도…새 삶 다짐해"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네가 내 연락을 안 받아?”

두 눈을 부릅뜬 남성이 분노에 차 고성을 질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던 그는 여성이 거주하는 집 앞까지 찾아와 다짜고짜 손목을 낚아챘다. 놓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는 남성의 얼굴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피해자의 시점에서 가해자를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위축되며 서서히 공포와 압박감이 밀려왔다.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에 방문해 가상현실(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진=법무부)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에 방문해 가상현실(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진=법무부)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심리치료센터가 성폭력·스토킹 등 고위험군 수형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기자가 직접 체험했다. 15분간 진행한 스토킹 범죄 상황 체험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제삼자의 시선을 넘어 피해자의 시선에서 직면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 영상 시청에 그치지 않고 영상 중간마다 ‘당신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스쳤나요’, ‘누군가 당신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는다면 어떤 마음인가요’ 등의 질문과 함께 3~4개의 선택지가 화면에 제시된다.

수형자가 직접 자신의 생각·감정과 가까운 선택지를 고르면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영상 속 사회자가 그 감정을 공감하고 분석한다. 가해 당시의 왜곡된 인지를 스스로 되돌아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을 객관화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지난 달부터 서울남부구치소 등 전국 11개 교정기관에서 VR 기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 중이다.

프로그램은 성폭력, 스토킹,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범죄 유형별 특성을 반영해 △1회기 범죄상황 인식 △2회기 인지왜곡 수정 △3회기 동의·경계 이해 △4회기 피해자 공감 △5회기 위험요인 대처 등 총 5회기로 구성했다. 수형자가 피해자의 관점을 현실감 있게 체험하고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개선하도록 돕는다.

교정본부에 따르면 시범운영 정량평가 결과 기존 집단 심리치료만 받은 통제집단과 비교했을 때 VR 치료를 병행한 처치집단에서 △인지왜곡 개선 △공격성 감소 △공감능력 향상 등 주요 평가 지표 전반에 걸쳐 높은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VR 치료를 병행했을 때 인지왜곡 개선율이 17.2%(통제집단 7.6%), 공격성 감소율이 7.4%(통제집단 6.7%)을 기록했다. 특히 공감능력은 통제집단이 0.6% 감소한 반면 처치집단은 7.8% 향상되며 차이를 보였다. 성폭력 및 아동학대 사범 역시 인지왜곡 개선율이 각각 18.1%, 17.1%에 달했다고 교정본부측은 전했다.

성폭력 범죄로 수감 중인 한 수형자가 가상현실(VR)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모니터속 동그란 화면은 수형자가 VR기기를 통해 동일범죄인 성매매 피해를 간접 체험하는 모습. (사진= 법무부)
성폭력 범죄로 수감 중인 한 수형자가 가상현실(VR)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모니터속 동그란 화면은 수형자가 VR기기를 통해 동일범죄인 성매매 피해를 간접 체험하는 모습. (사진= 법무부)
신성광 서울남부구치소 교도관은 “한 수형자가 VR 치료를 받던 중 손을 심하게 떨고 말을 더듬거리는 등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였다”며 “회기를 거듭하며 ‘치료 후 방에 내려가 내 범행을 처음으로 곱씹어보게 됐다’고 고백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회기를 마친 뒤에는 이성과의 경계를 배웠다며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VR기기까지 지원하는 것을 세금 낭비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30명을 교육해 단 1명이라도 재범을 막아 사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이는 분명한 성공이자 꼭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는 앞으로 운영성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범죄유형별 콘텐츠를 보완·고도화하는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심리치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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