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같은 흐름이 바뀌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요가 폭증하면서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스마트폰과 PC,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범용 D램 메모리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공급 주도권을 쥔 ‘슈퍼 을(乙)’로 급부상했다. K메모리 기업들의 반도체 업계 영향력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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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 계속된다”…삼성, 기술력으로 메모리 주도권 탈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개막한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6’ 기조연설에서 “2027년까지 최소 1조달러 규모의 매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수요는 그보다 더 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AI 컴퓨팅 수요가 계속 급증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AI 컴퓨팅 수요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기업들이 HBM 등 AI 메모리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가격은 약 1년 동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GTC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은 웨이퍼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더 많은 웨이퍼를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은 걸린다”며 “오는 2030년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20% 이상 부족한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TC 2026에 나란히 참가해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를 비롯해 차세대 HBM 경쟁력을 강조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최 회장을 직접 만나 AI 메모리 사업의 최신 성과를 함께 살폈다. 황 CEO는 삼성전자 부스도 찾아 HBM4 코어다이 웨이퍼와 그록(Groq) 언어처리장치(LPU) 파운드리 4나노 웨이퍼에 직접 친필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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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황 CEO가 그록3 LP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하면서 파운드리 협업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그록3 LPU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과 역할을 분담해 AI 추론 성능을 끌어올리는 추론 전용 칩이다. 대규모 연산은 루빈이 담당하고, AI 실시간 답변 등 빠른 응답 생성은 LPU가 맡는 방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하고 있어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번 협업으로 삼성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곽노정 총출동…SK하이닉스, 엔비디아와 협력 강조
SK하이닉스 역시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와 저전력 서버용 D램 모듈 신제품인 소캠(SOCAMM)2를 선보이고, 이들이 실제 GPU 모듈에 탑재된 목업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최신 GPU 모듈인 ‘그레이스 블랙웰(GB300)’에 자사 5세대 HBM3E가 탑재된 시스템 실물을 함께 전시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양사의 대표 협력 전시 제품인 베라 루빈에 “젠슨(JENSEN) ♡ SK하이닉스(SK HYNIX)” 사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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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I 생태계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GTC 행사에서 엔비디아 전시 부스를 방문해 블랙웰부터 루빈, 루빈 울트라로 이어지는 차세대 GPU 라인업과 기술 로드맵, 가속기 성능 시연,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섹션을 살펴봤다. 이 밖에도 AI 팩토리의 전력 및 발열 관련 솔루션을 구축하는 폭스콘 등 AI 인프라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사 부스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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