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美대선 앞두고 금리동결…"물가 목표 달성후 인상"(종합)

방성훈 기자I 2024.10.31 17:45:52

9월 이어 두달 연속 금리동결…시장 기대 부합
日정가 혼란에 美대선 불확실성까지 겹쳐 동결
우에다 "경제·물가 전망 실현하면 금리 올릴 것"
트럼프發 신규 리스크 우려…"두말할 필요 없어"
올 GDP 성장 전망 0.6% 유지…내년은 1%→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경제·물가 전망을 실현하면 그에 맞춰 정책금리를 끌어올리겠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다만 구체적인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선 “미리 판단하지 않고 있다”며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그때까지 얻은 데이터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AFP)


BOJ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로 동결했다. 이는 시장 기대에 부합한 것으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현행 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앞서 BOJ는 올해 3월 단기금리를 17년 만에 인상,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지난 7월 0~0.1%에서 0.25%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렸다.

BOJ가 이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집권 자민당이 지난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도 다음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까지 동시에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파악·대처하려고 금리인상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BOJ 역시 이날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해외 경제 추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특히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해외 경제에 대해 “(일본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8월 이후 주요 경제지표가 약하게 나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미국에 대해 “불투명한 부분이 커서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위험 수준은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에다 총재는 또 미 대통령 선거와 차기 대통령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의 소득과 소비가 강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새로운 위험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현실화하면 일본에도 외교·안보·통상 등과 관련해 압박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정세가 물가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책적으로 큰 움직임이 나오면 (경제·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전망을 적절히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약한 움직임은 있지만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과거보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쉬워지고 있는 상황은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내년 춘계 노사협상(춘투)와 관련해 “넓은 의미에서 올해와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실현된다면 BOJ 목표(달성)에 있어서는 좋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만으로 금리인상을 판단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BOJ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춘투에서의 임금 상승률을 중시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연했다.

한편 BOJ가 이날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0.6%로 제시됐다.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0%에서 1.1%로 상향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은 올해 2.5%를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1.9%로 낮췄다. 신선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근원 CPI 상승률 전망은 올해는 1.9%에서 2%로 소폭 상향했고, 내년 전망치는 1.9%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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