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 IT업체들의 공격적인 인재 모시기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자 몸값이 오른 데다 포털·게임사 등으로 개발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은 개발자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기부 발표에 대해선 IT 창업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성공을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다.
25일 이데일리는 최근 국내 IT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사들의 연봉인상, 기부 등에 대해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만성적 인력난…IT업계 인재 모이는 계기 되길
스타트업 CEO들은 게임업계 연봉 전쟁이 불러올 수 있는 개발자 쏠림 현상에 대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IT업계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왔다는 얘기다.
개발자 출신인 김태수 네오사피엔스 대표는 “개발 인력은 절대적 숫자 자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갖춘(중·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풀(Pool)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하우스(음성 기반 SNS)’도 10명이서 만든 서비스”라며 “뛰어난 개발자가 가지는 생산성이 일반 개발자에 비해 굉장히 클 수 있고, 이들에게 2~3배의 연봉을 더 줘도 되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연봉 인상 바람이 개발자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면 IT업계에 인재가 모이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상호 엑소스피어랩스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개발자들의 전체적인 대우가 좋아지는 것”이라며 “좋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협업툴 ‘잔디’를 서비스하는 김대현 토스랩 대표도 “시장에는 항상 더 많은 연봉을 제안하는 회사가 있다”며 “스타트업이 돈을 더 많이 줘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은 어렵다.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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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창출, 개인 능력이라 생각안해”…선한 영향력 펼치려 해
기부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칭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성공한 IT 창업자의 기부가 문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2017년 스타트업 업계는 상속, 가족경영, 탈세 등을 근절하겠다는 ‘신경제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며 “IT 창업가들의 기부문화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부의 창출’을 넘어 성공을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부의 환원’에 대해 철학을 갖고 있다”며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이룬 부의 일부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홍섭 마인즈랩 기술부문 대표도 “과거 창업자들은 물건을 판다든지 건물을 짓는다든지 한 땀 한 땀 돈을 벌었단 느낌이라면 지금의 IT기업들은 무형의 제품을 엄청나게 확산시켜 기업 가치가 빨리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김범수, 김봉진 의장도 많은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단기간에 기업 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울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 지금 세대의 IT 창업가들이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주려는 욕구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태수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자신이 받은 선행을 나누는 행동)’라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그런 문화가 적은 측면이 있었는데 세대가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