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는 정 씨가 델리오의 부실한 운용 실태를 숨긴 채 고객을 유치한 행위가 기망에 해당한다고 봤다. 델리오는 예치받은 가상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매월 지급하는 예치이자와 운영비를 뺀 차익을 수익으로 삼는 구조였다. 하지만 자체 운용 물량은 예치 가상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2022~2023년 상당한 손실을 봤다.
업계 평균 연 6% 내외를 크게 웃도는 연 15% 상당의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한 2022년 3월께부터는 운용 수익만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고, 예치 원본을 이자 지급에 끌어다 쓰는 이른바 ‘돌려막기’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 씨가 이를 해결하려 2022년 11월께 보유 가상자산 대부분을 물적 담보 없이 외부 업체에 빌려주는 고위험 방식으로 운용을 바꾸고도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델리오는 스스로를 ‘크립토 은행’으로 지칭하고 시중은행 예금을 연상시키는 ‘예치’라는 표현을 써 고객들이 위험성이 낮은 안정적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게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객들이 이런 사정을 알았다면 예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당할 수 없는 고율의 이자를 내세우고 ‘크립토 은행’ 등 안정성을 강조한 문구를 동원해 홍보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단·방법, 피해 규모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정 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FTX 파산 탓으로 책임을 전가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도 짚었다. 다만 FTX 파산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사건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은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서버 위탁업체 가비아에서 확보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비아가 보관하던 델리오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이 절차로 확보한 전자정보와 이를 토대로 한 2차 증거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주위적 공소사실이던 피해자 2811명, 2400여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이 이 전자증거를 토대로 피해자와 입금 시점·수량을 특정한 만큼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이를 입증할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조합을 속여 약 10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
반면 검찰이 공소장 변경으로 추가한 700여억원 규모의 예비적 공소사실은 입금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 41명분을 뺀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정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델리오는 투자자가 코인을 예치하면 고이율 이자를 코인으로 돌려주는 사업을 운영하다 2023년 6월 14일 돌연 출금을 중단했다. 정 씨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코인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4월 불구속 기소됐다.

![20년 ‘흉물' 골프장에 1000가구…서울 유일 신규택지 가보니 [르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1400042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