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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원사퇴서 처리시한인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소집하고 사직서를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특검법을 동시 상정하지 않을 경우 사직서를 처리하는 본회의에 입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일단 사직서부터 처리한 뒤 논의하자’며 설득에 나섰으나 한국당은 ‘오늘 당장 처리하자’며 맞섰다. 양 측은 하루종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 ‘18일 특검·추가 경정예산 동시 처리’에 합의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본회의장 입구를 점거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소속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검빠진 본회의 강행 의회독재 협치파괴’ ‘증거인멸 부실수사 특검으로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제창하며 세를 과시했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은 하루종일 북적였다. 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의원실 관계자, 취재진 등 250여명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로텐더홀 근처에 위치한 카페도 평소보다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한국당은 점심 시간에도 대치국면을 유지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로텐더홀 농성을 지속했다. 의원들은 번갈아 마이크를 잡으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드루킹 특검을 ‘깜도 안되는 특검’으로 깎아내리고 9일간 단식 투쟁한 김 원내대표를 ‘빨간 옷 입은 청개구리’로 비하 발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규탄하는 발언도 나왔다.
농성이 이어가는 와중에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물밑 협상도 이어갔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기 쉽지않았다. 여야는 특검법 상정까지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범위 등에 대해 다시 이견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1일 새롭게 출범한 여당 원내지도부와 야당 원내지도부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진선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결렬된 상태로 간다”며 “상의하고 정해지면 알려드리겠다”고 협상이 난항이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어제 수석으로 임명돼 지금도 인수인계 중”이라고 부연했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4시 예정된 본회의는 5시로 연기됐다. 한국당은 오후 4시부터 다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뚜렷한 결론 없이 단일대오를 유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전술은 북한이 쓰는 화전양면 전술”이라며 “한쪽으로는 응하면서 한쪽으로는 의장을 압박해 과반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도 같은 시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장 입장 여부를 논의한 뒤 결국 본회의장에 입장키로 가닥을 잡았다. 오후 5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한국당 의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민주평화당도 오후 6시께 GM 군산지역 지원 대책을 받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사직서 처리를 위해선 재적의원의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필요한 가운데 여야간 과반 성원을 두고 대결 양상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날 사직서 처리와 함께 ‘18일 특검·추경 동시 처리’를 합의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특검을 통과시키겠다는 확답을 받으면서 두 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본회의에 모두 참석하기로 합의했다”며 “특검 수사범위나 추천방식 등이 합의됐다”고 알렸다. 이에 오후 8시30분께 의원 사직처리 안건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한편 이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못하면 이들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로 미뤄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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