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첫 상견례서 신뢰회복 강조한 윤석헌(종합)

장순원 기자I 2018.07.23 21:50:12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뼈있는 말 오가
금감원장 "쓸모있는 금융위해 노력해 달라" 당부
김태형 "호랑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은행연합회는 23일(월) 금융감독원장을 초청해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최근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한편, 은행권 현안에 대하여 격의 없는 논의를 진행했다. 사진 맨 아랫줄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윤석헌 금감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허인 국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민성기 신용정보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맨 윗줄 왼쪽부터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직무대행,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용우 카카오은행장, 문재우 금융연수원장 ,임용택 전북은행장,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회사와 전쟁을 선포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과 첫 상견례에서 ‘쓸모있는 금융’과 ‘신뢰회복’을 주문했다.

윤 원장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은행이 쓸모있는 금융, 도움이 되는 금융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KB,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비롯해 22개 은행과 금융기관장이 모두 참석했다. 윤 원장이 국내 은행장과 얼굴을 맞대는 것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윤 원장과 은행권의 첫 대면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윤 원장은 간담회 초반부터 금융권과의 전쟁이란 발언은 언론의 확대해석이라고 선을 그으며 은행권과 거리 좁히기에 주력했다.

하지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은행산업의 신뢰회복의 여러차례 강조했다. 최근 채용비리와 대출금리 부당부과를 포함해 은행권에서 잇따른 금융사고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금융은 신뢰’라는 건배사를 통해 실추된 금융권이 강도 높은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쓸모있는 금융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금융을 뜻한다”면서 은행이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금융권의 맏형인 은행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과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원활히 배분될 수 있도록 자금중개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권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종합검사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합 검사는 감독 당국이 대규모 검사 인력을 보내 금융회사 업무 전반과 재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은행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내놓은 금융감독개혁방안을 통해 소비자 보호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은행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규제 일변도의 종합검사가 아니라 선제적, 시스템적으로 대응을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윤 원장은 또 “저신용·채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금리산정체계 합리화, 지배구조 개선 같은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이행하는 데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은행권도 윤 원장의 주문에 “은행권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경제 혈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윤리경영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를 전년대비 약 54% 는 4600명(하반기 3100명)을 뽑고 7000억원 규모의 공동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금감원장과) 식사하면서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 호랑이가 아니고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에 공감했고, 은행장들이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활성화하고 생산적, 서민금융과 취약계층 지원이란 정부의 정책취지를 잘 따르는 게 쓸모있는 금융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은행장들은 윤 원장과 첫 만남인 만큼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대부분 말을 아꼈다.

간담회 전 기자와 만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일단 (금감원장) 말씀을 들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도 “앞으로의 감독방향이 어떨지 금감원장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학자로 계실 때와 실제 원장직을 맡으신 뒤 생각의 변화가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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