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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제안요청서에서 사업 목적을 “경찰의 가상자산 압수 및 보관 관리의 업무 효율성 향상과 압수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절감 및 안전한 보관”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범죄가 늘면서 압수 자산의 종류와 전송 방식이 복잡해진 만큼 수사기관 내부 인력만으로는 안정적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종전보다 가상자산 전송 수수료와 보고서 제출 의무를 완화했지만 이번에도 경찰청의 요건에 맞는 커스터디(수탁) 업체가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11~12월 가상자산 전문 수탁사 선정을 위해 세 차례 입찰공고를 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응찰 업체들이 경찰청 평가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으면서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압수 코인 수탁 사업의 핵심은 ‘수사 대응형 커스터디’다. 일반적인 기관 수탁 서비스처럼 보관 안정성만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찰의 압수는 사전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자는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코인과 토큰을 신속하게 인수하고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찰관서가 요청하면 즉시 지갑주소를 생성·발급해야 한다. 발급된 지갑은 고유 주소로 분리해야 하며 다른 기관이나 고객 지갑과 섞어 사용할 수 없다. 보관 중인 자산은 온체인·오프체인 상태, 최신 시세, 수량, 종류, 사건번호 등 내부 식별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보관 방식은 100% 콜드월렛이 원칙이다. 경찰청은 압수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차단된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경찰관 요구가 있을 때만 네트워크에 연결해 전송하도록 했다. 키 관리와 물리적 보안도 별도 요건으로 제시했다. 사업자는 가상자산 전송에 필요한 키가 분실될 경우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가상자산의 실질적 소유권을 갖지 않고 스테이킹, 대출, 투자, 담보 등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는 사업비를 늘리면서 수탁사의 책임이 더 강화됐다. 경찰청은 보관 중인 가상자산이 손실될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100% 보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준비금이나 보험 등을 통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손실이 발생하면 경찰이 압수한 자산을 1순위로 복구하고 전액 보상해야 한다.
민간 커스터디 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 요건이다.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 결함, 하드포크, 프로토콜 오류, 전송 지연 같은 외부 변수도 존재한다. 수탁사 귀책이 아닌 상황까지 전액 보상 범위에 포함될 경우 보험 설계와 준비금 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24시간 대응 요건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안요청서에는 사업 수행이 24시간 공백 없이 이뤄져야 하며 수사관이 지갑주소를 이용해 압수할 경우 담당자가 콜드월렛 생성과 자산 전송 확인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실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사전규격 검토의견에서 “수탁 전문성이나 기술 역량에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이 압수한 가상자산 규모 △블록체인 프로토콜 자체 결함처럼 수탁사 귀책이 없는 불가항력 상황의 보상 범위 포함 여부 △은행 예금자보호제도처럼 배상한도를 둘 계획이 있는지 △수사관의 지원 요청 시 공백 허용 범위 등을 질의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수사기관의 압수 자산 규모는 수사 사항에 해당해 구체적인 금액 안내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발생한 손해,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국가가 압수한 자산인 만큼 전액 보상을 요구한다”며 “보상 한도 없이 전액 보상과 실시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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