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금감원의 유상증자 정정 요구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경위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을 보완하도록 요구했다. 향후 고려아연이 3개월 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상증자 계획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한다.
금감원의 2회 이상 정정 요구는 사실상 철회 압박으로 읽힌다. 실제 금감원의 주요 정정 요구 사례를 보면 진원생명과학 유상증자(4회),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기업합병(2회), 틸론의 코스닥 이전 기업공개(IPO)(2회) 등 금감원이 2차례 이상 정정 요구를 한 기업들 가운데 결국 계획을 철회한 곳이 적지 않다. 최초 계획 공시 이후 자진 정정을 포함해 수차례 정정이 이뤄졌지만, 금감원의 높은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유상증자의 경우 정정 과정에서 조달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도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2022년 325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금감원의 정정 요구 이후 총 7번의 정정을 거쳐 2936억원 조달로 축소했다. 제넥신도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1000억원에서 852억원으로 증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 표 대결 앞둔 유증 승부수…무리수 전락 우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길이 막힐 경우 향후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불리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12월 18일 유상증자로 신주를 상장해 추가 의결권을 확보하려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임시 주총은 커녕 내년 정기 주총까지 유상증자를 완료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법원은 MBK·영풍 측이 지난 1일 신청한 임시 주총 허가 소집의 심문 기일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심문 기일이 잡히면 이르면 올해 12월 말에서 내년 1월 중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분 격차는 MBK·영풍 연합이 38.47% 대 최윤범 회장 측이 35.97%로, 2.5%포인트 차이로 MBK·영풍 연합이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전날 한화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한화 지분 7.25%를 주당 2만7950원에 한화에너지에 넘기고 약 1520억원을 현금화했다. 한화는 김동관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친분으로 대표적인 고려아연 백기사로 꼽히는 곳이다. 당초 유상증자에 한화가 참여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으나,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분 매각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표 대결이 시급한 상황에서 상환 대신 지분 확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