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어린이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완결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잠자는 아이 확인(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방치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보고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문과 달리 이번 대책이 최종안이 되기는 싶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질책에 대책을 급조한 탓에 재원 조달을 비롯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빠진 탓이다. 실제 대책 실행을 맡아야할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분담을 비롯해 법안 개정 등 실제 시행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너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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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이날 통학차량 방치로 인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올 연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사건 발생 후 청와대 게시판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은 통학차량의 제일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 운전자가 아이들이 모두 내렸는 지 확인 후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이미 법제화 했다.
문제는 ‘돈’이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는 차량당 약 25만~30만원가량이 든다. 4만여개 어린이집 중 통원차량을 운영하는 곳은 2만8000곳. 단순 계산으로 70억~8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통원차량을 운영하는 주체인 어린이집이 비용을 투입해 해당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 실장은 “안전은 어린이집 운영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용은 1차적으로 어린이집이 부담해야 하고 정부는 소요 예산을 파악해 일부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재원을 마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어린이집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시스템 도입에 나설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CCTV 의무화 당시에도 비용을 어린이집 측에 전가했다며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CTV 설치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40%씩 지원하고 20%를 어린이집에서 부담했다.
이에 대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재정에 여력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지원해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을 서두를 것이나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어린이집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차량을 운행하는 비용을 학부모에게 받는 것도 제한해 통학차량 운영 비용을 마련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학버스 ‘지입차량’ 사각지대로 남아
외주업체에 운행을 맡기거나 운전기사가 자신이 소유한 차량으로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지입차량’은 사각지대다. 지입차 차주가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자비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어린이집 차량의 17~18% 정도가 지입차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수 기준으로 5000대가 넘는다.
특히 통학버스 지입차량 대부분은 등하원을 제외한 다른 시간대에는 차주 업무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시스템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권병기 복지부 보육정책과장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지입차를 어떻게 포함할지 기술적으로 검토해 추가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입차를 포함해 모든 차량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으로 강제하는 게 최선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의무화 시도가 있었느나 차량제조업체 부담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6년 7월 광주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차량 갇힘 사고 이후 통학차량 등에 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당시 국회는 경보장치 의무화 대신 하차확인의무를 위반할 경우 벌금 2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만 담아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권 의원은 지난 22일 ‘어린이 통학버스에 잠자는 어린이 확인장치 의무적으로 설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다시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동차제작·판매자가 뒷좌석에 어린이나 돌봄이 필요한 승객이 남아 있는 경우 이를 알리는 뒷좌석 경보장치를 설치해 자동차를 판매하도록 규정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1년째 계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행정지도를 통해 어린이집들이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적극 계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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