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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오는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에서 개막한다.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지상파 3사가 경쟁적으로 중계하며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혀왔다. 해설진과 캐스터의 개성, 채널별 편성 전략을 비교해 골라보는 재미가 국민들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 확보한 JTBC와 SBS·KBS·MBC 지상파 3사 간의 재판매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발생했다. 지상파가 올림픽 중계에서 손을 떼는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무려 62년 만에 처음이다.
축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지상파 방송의 부재는 단순한 채널 감소를 넘어 올림픽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저하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선수 출신 중계, 다큐·예능 등 특별 섭외와 편성으로 스포츠 행사와 연계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던 지상파 역시 조용하다.
3사 중 KBS만이 동계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드림하이 금메달을 쏘다’는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동계올림픽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이상호 선수를 중심으로 한국 ‘스노우보드’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고, 동계올림픽과 비인기종목 스노우보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오는 7일 오후 8시 10분 KBS1에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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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독점 중계는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앞서 SBS, KBS, MBC는 JTBC가 △이전 대회 대비 과도하게 높은 중계권료 산정 △타 방송사에 일방적인 고액 중계권료 분담 요구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침해 △채널별 순차 방송 편성을 불가능하게 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JTBC와 피닉스스포츠인터내셔널(이하 PSI)을 상대로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 관련 입찰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JTBC가 중계방송권의 판매에 관하여 입찰 절차를 진행한 행위가 방송법에서 정한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JTBC의 손을 들어줬다.
JTBC는 중계 역량에 집중해 지상파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전했다. 곽준석 JTBC 편성전략실장은 지난달 14일 진행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기자간담회에서 지상파 3사에 보도 목적에 한해 4분 이상의 경기 영상 자료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또한 기존 지상파가 선보였던 올림픽 중계 대비 두 배 정도의 중계 시간을 확보했다고도 설명했다.
또한 플랫폼·채널 등을 총동원해 시청권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JTBC는 배성재·성승헌·정용검을 중심으로 국내 스포츠 중계를 이끌어온 캐스터들과 이승훈·곽윤기·김아랑·윤성빈 등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으로 중계진을 꾸렸다. ‘톡파원 25시’, ‘아는 형님’, 신규 예능 ‘예스맨’ 등 정규 예능 프로그램과 연계해 경기 밖 이야기를 전하고,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콘텐츠도 마련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 독점 중계에 대해 방송업계의 시선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은 경기 자체만큼이나 각 방송사 해설진과 캐스터들이 펼치는 중계 경쟁을 지켜보는 것이 큰 묘미였는데, 이번 독점 중계로 시청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아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조명하면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것 역시 방송의 중요한 역할인데, 단일 채널 중계 체제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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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부문에서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청권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계 일정과 뉴스도 제공한다. 그러나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계 퀄리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단일 방송사의 인프라만으로 다채널·다종목 중계를 해야 하는 만큼, 중계진의 전문성과 다양성 등 질적 측면에서 수십년간 축적된 지상파 3사의 경험을 대체하기엔 한계까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독점 중계는 보편적 시청권리를 침해하고 스포츠의 대중화를 저해하는 일”이라며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이나 주요 하이라이트만이라도 지상파와 공유하거나 재판매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혼선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JTBC가 독점 계약한 향후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에 대해서도 지상파와의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