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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싱가포르·유럽연합(EU)은 이미 2025년 보고연도분부터 ISSB 기반 공시를 시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공시 시작 연도가 확정되지 않은 관할권으로 분류돼 있다.
이 같은 지체가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 신뢰도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올해 1월 IFRS 재단이사회 이사로 취임한 최중경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ISSB 기준에 발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언제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기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2011년 아시아태평양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먼저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해 많은 나라의 뒤따름을 이끌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만큼은 그 선도적 행보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028년부터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되, 스코프3(공급망 전반 탄소 배출량)는 3년 유예하는 내용의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당초 지난달 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여당과 국민연금 측이 공개적으로 기준 강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최종안 발표가 재차 늦춰지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시장은 보다 분명한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이 속도 조절에 나섰더라도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정보 요구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어, 국내 제도 일정이 늦어진다고 해서 준비를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최종 로드맵은 단순 일정표여선 안 되고, 연결공시 실무·자회사 정보 취합 체계·데이터 인프라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법제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한국 상장사들이 거래소 자율공시 형태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다 보니 기업마다 기준이 제각각이고, 허위 공시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법제화의 핵심 근거로 시장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 녹색전환 지원을 위한 정보 인프라 구축, 국제 정합성 확보, 기업의 면책조항 제공 등을 제시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이 가장 효과적인 경로라고 주장했다.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기후·공급망·인적자본에서 비롯된 위험이 매출·자산가치·자본비용이라는 재무의 언어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는 일부 부서가 아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책임지는 전사적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재무 정보와 지속가능성 정보가 분리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기업 가치를 함께 설명하는 체계로 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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