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지배주주에게만 높은 프리미엄이 돌아가는 국내 기업인수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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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사적이익이 반영된 가격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기업을 지배하면서 얻는 사적이익을 인수자가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주주 평등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우찬 위원장은 국내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대표적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2010년부터 관련 연구와 정책 제언을 이어왔으며, 41개국 기업인수 거래를 분석해 제도 도입이 지배권 프리미엄과 인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증했다.
김 위원장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동등한 매도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고, 저가 인수 전략을 차단할 장치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합병(M&A) 시장 위축론을 ‘실체 없는 허상’이라고 일축하며, 제도 도입이 지배권 프리미엄을 낮추고 중복상장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16년간 주장해왔는데.
△2010년 경제개혁연구소에서 영국의 의무공개매수제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 이를 대체할 방안을 고민했다.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지배주주 지분만 사들이면 적은 자본으로 여러 기업을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확대된다. 반면 전량을 인수하려면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접근했지만, 영국처럼 주주평등을 실현한다는 취지도 함께 주장했다. 지금은 같은 문제를 중복상장 해소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배권 프리미엄을 ‘악’이라고까지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배권 프리미엄은 회사를 지배하면서 누릴 수 있는 사적이익과 연결돼 있다.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넘기면서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지배권을 잃으면 포기해야 할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임원으로 선임하거나 특수관계인 회사와 거래하고, 자신의 보수와 퇴직금을 결정하는 등의 사적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인수자 역시 같은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웃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재무학계에서는 지배권 프리미엄을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지배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적이익이 크다는 의미다.
-창업주가 회사를 일군 공로나 경영에 투입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볼 수는 없나.
△기업을 일군 공로는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정당한 보수와 배당으로 받으면 된다. 최고경영자(CEO)나 그룹 회장으로서 큰 책임을 지고 경영에 기여했다면 그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면 되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배당도 받는다. 그런데 주식을 매각할 때 왜 지배주주에게만 별도의 웃돈을 지급해야 하나. 지배주주든 일반주주든 똑같은 주주다. 지배주주라고 해서 혼자 비싸게 주식을 팔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 수만 다를 뿐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일반주주를 특별히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하자는 제도다.
-주장하는 방식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인수 관행은 어떻게 달라지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같은 가격에, 같은 기회로 주식을 팔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지배주주에게만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일반주주에게는 시가를 적용하는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주주에게 같은 가격으로 매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 인수자와 지배주주 사이의 협상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인수자는 전체 인수비용을 고려해 프리미엄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지배주주도 실제로 지분을 팔 생각이라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배주주에게 집중되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한편 일반주주도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했던 거래의 규칙이 모든 주주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중복상장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도 될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 기업이 다른 상장사의 지배주주 지분 30~40%만 인수해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사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인수자가 바뀌어도 중복상장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반면 전량 인수가 이뤄지면 대상 기업은 100% 자회사가 되고, 상장폐지를 통해 중복상장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은 중복상장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제한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중복상장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중요하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제대로 도입돼 전량 인수가 활성화되면 기존 중복상장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적은 지분으로 여러 상장사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량 공개매수가 확대되면 인수비용이 늘어나 M&A 시장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있다.
△실체 없는 허상이다. 사람들이 인수시장 위축론을 신앙처럼 믿기에 관련 논문을 찾아봤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연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41개국의 기업인수 거래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이후 지배권 프리미엄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해야 하는 주식 수는 늘어나더라도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전체 비용이 반드시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당 가치가 1만원인 주식을 8000원에 살 수 있다면 오히려 많이 살수록 유리한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인수 물량 자체가 아니라 매수가격과 그 주식이 인수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차이다.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하는 지분율을 넘는 기업인수가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인수시장 위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한 해외 사례로 영국을 꼽았다. 무엇을 참고해야 하나.
△영국은 주주평등을 실현하면서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지분 30%를 넘어서면 의무공개매수 규정이 적용되는데, 중요한 것은 형식적으로 공개매수를 제안하는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수자가 공개매수를 통해 과반의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의무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고, 지분을 처분해 발동 기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이는 지배주주 지분을 비싸게 사들인 뒤 일반주주에게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아무도 응하지 않도록 하는 저가 인수 전략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인수자가 지배권을 유지하려면 일반주주가 응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처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이후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가 활성화됐다고 했는데.
△제가 최근 발표한 세 번째 연구에서 확인한 중요한 변화다. 의무공개매수는 인수자가 최종적으로 얼마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영국 등에서는 의무가 발생하기 전에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를 제안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 경우 인수자는 일정 비율 이상이 응모해야 거래를 성사시키겠다는 최소응모조건도 붙일 수 있다. 지배주주와 사전에 매각을 협의하더라도 실제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같은 가격에 진행하는 것이다. 인수자는 필요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선택하고 일반주주는 동등한 매도 기회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얼마나 자주 발동하느냐가 아니다. 제도 도입으로 기업인수 방식 자체가 주주평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다. 일반주주는 개인투자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국민연금도 있고 블랙록 같은 외국계 기관투자자도 있다.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지배권이 이전될 때 지배주주와 똑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고 프리미엄도 받을 수 있다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반대로 지배주주는 높은 프리미엄을 챙기는데 일반주주는 시가에 팔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면 누가 한국 시장을 신뢰하겠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주주평등을 실현하는 동시에 중복상장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기업인수 과정에서 모든 주주가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믿음이 쌓여야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을 신뢰할 수 있다.
-한국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들이 오랫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립한 모범사례가 이미 나와 있다. 왜 굳이 설계를 잘못한 나라의 실패를 따라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잔여주식 전량에 대한 공개매수 기회를 보장하고,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을 적용해야 한다. 선행매수가격 적용 기간은 1년으로 정하고, 저가 인수를 막기 위해 50%+1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의무공개매수를 성공한 것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예외 역시 신주 인수와 일반주주 동의를 요건으로 해야 한다. 모두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다. 다른 나라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한 기준을 참고하면 된다.
김우찬 교수는…
△1967년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사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금융전공) 석사·박사 △재무부·재정경제부 행정사무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국산업은행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