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장국인 한국이 직접 갈등을 중재하지는 않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선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할 기회를 제공했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대화와 협력을 연결하는 ‘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마이스(MICE) 산업의 가치와 효과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국제회의와 전시·컨벤션의 성과 측정은 참가자 수와 숙박 일수, 소비액 등 경제적 측면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마이스의 기능과 효과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와 도시, 기업을 연결하는 ‘관계의 산업’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다양한 수준에서 외교와 교류를 펼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국제행사엔 각국 정상과 장관뿐 아니라 산업계와 학계, 언론계, 국제기구 등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회의장 밖에서 형성된 대화와 신뢰가 기업 간 교류와 투자, 무역, 기술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정치·외교 측면의 마이스 효과가 경제 효과로 확장되는 것이다.
국제행사의 성과를 평가할 때 참가자 수와 소비액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도시·기업 간 협력, 후속 행사 유치 등 장기적인 유산(레거시)도 함께 살펴야 하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지역 컨벤션뷰로(CVB)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국제회의 유치와 참가자 지원을 넘어 지역 산업과 대학, 기업을 국제 협회와 학회 등 단체와 연결하는 도시 외교 실행 조직으로 봐야 한다. 국제회의 유치는 지역 산업과 인재를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행정 측면에선 마이스를 관광 영역으로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반도체·환경·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회의를 관련 정책 부서가 발굴할 수 있다. 최근 경북 안동시가 지방외교를 위해 외국어 능력을 갖춘 공무원 45명을 선발한 것처럼 공무원이 담당 분야의 국제회의를 직접 발굴하고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의 전략적 국제행사 유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G20(주요 20개국), APEC뿐 아니라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 등과 같은 미래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행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정부·지자체와 컨벤션뷰로·대학·기업이 함께 행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국제행사의 성과가 단순한 행사 운영을 넘어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협상, 의제 설정, 후속 협력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대학의 마이스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행사 기획과 운영 중심의 교육을 국제행사 유치와 협상, 도시 외교, 레거시 창출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제회의 하나를 유치하는 것은 단순히 회의실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채널을 열고, 국가와 도시,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관계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마이스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를 벌었는가’뿐 아니라 ‘누구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무엇을 남겼는가’를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