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이르면 다음 달 중 폐지안 발표…WSJ
반기 공시 도입하고 분기 보고는 선택으로 변경
美 공시 체계 50년 만에 대변화 앞둬
기업 부담 완화·상장 유인 확대 기대
"투자자 투명성·美주식 신뢰 저하" 우려도 커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기업의 분기 실적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연 2회만 실적을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의 보고 비용 부담을 줄이면 미국 내 상장 기업 수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추진 과정에서 정보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투자자의 반발은 넘어야 할 과제다.
 |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SEC가 이르면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의 실적 보고 규정 변경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상장 기업들은 SEC 규정에 따라 분기보고서(10-Q)와 연간보고서(10-K)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반면 유럽연합(EU),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은 반기 공시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SEC는 주요 증권거래소 관계자들과 만나 규정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논의해 왔다. 안건을 공개하면 공청회 기간을 거치게 된다. 통상 최소 30일 동안 진행하는 이 기간이 끝나면 SEC는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WSJ는 SEC가 분기별 보고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선택 사항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연 2회 실적 보고로 전환하자는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실적 공시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후 “이렇게 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진은 기업 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폴 앳킨스 SEC 위원장도 “대통령 지시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실적 공시 주기는 의회 입법 없이 SEC 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다. 현재 SEC는 앳킨스 위원장을 포함해 공화당 인사가 다수라 (공화당 3명, 두 자리 공석) 통과 가능성도 크다. 다만 SEC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반기 실적 공시로 변경을 추진했으나 업계의 반대 의견을 고려해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 | 미 워싱턴D.C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사진=블룸버그 뉴스) |
|
반기 공시 체제를 도입한다면 미국 재무공시 체계는 50년 만에 대변화를 겪게 된다. 미국은 1970년 상장사의 실적 보고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전환한 후 약 50여년간 유지해왔다. 이번 제도 변화 추진을 놓고 월가에서는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도 변경을 지지하는 측은 반기 보고 체계 도입으로 상장 유인을 높이고, 기업이 단기 이익에 매몰되기 보다 장기적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 역시 공시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상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뜻을 밝혀왔다.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행정·보고 업무를 꼽는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미 증시 상장사들은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대형 기업이 많은데 재무공시가 반기로 변경하면 정보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져 미국 주식의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시 주기가 길어지면 기업 내부자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투자자와 규제 당국이 기업 경영 전반의 흐름을 파악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WSJ는 “어떠한 변화든 정기적인 정보 공개의 투명성에 의존하는 투자자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