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정훈 칼럼] 가상자산 과세, 형평성 아닌 정합성이 문제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정훈 기자I 2026.10.15 17:15:0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내년 과세" 강했던 민주당 재경위 의원들 변화 기류 감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2030세대 형평성 문제 접근 안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과 가상자산 과세 정합성 결여
'기한' 대신 '조건' 전제 유예 후 과세 준비 더 촘촘히 해야

[이데일리 이정훈 논설실장] 그동안 세 차례나 유예됐던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를 내년엔 기필코 시행하겠다던 정부 방침에 동조해오던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DB)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DB)
지난 6일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를 들며 또 다시 유예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3일 국세청에 대한 국감에 나선 재경위 소속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과세 준비 부족과 주식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유예를 주장하거나 적어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교로운 건, 가상자산 과세에 강경했던 민주당에서 변화가 나타난 시점이 잇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젊은층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의 배후에는 20%에도 못 미치는 2030세대 지지율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2030 세대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당 내부 사정이나 개별 의원들의 생각을 다 알 순 없겠지만 과세 유예 움직임이 표 계산과 같은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여론 지형이나 선거 판세가 달라지면 또 다른 표 계산으로 정책 판단도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격 도입과 유예, 폐지를 거쳤던 금융투자소득세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래서 가상자산 과세를 형평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금투세는 페지됐지만, 대주주와 해외주식, 비상장주식은 세금을 내고 있고 모든 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를 부담하고 있으니 ‘주식은 비과세인데, 코인만 왜 과세하느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 ‘기성세대는 온갖 형태로 부를 축적하고선, 코인밖에 기댈 곳 없는 젊은층의 자산 형성을 막으려 하냐’는 논리도 감성에 치우쳐 있다. 모두 정치적 고려가 더 강한 셈이다.

오히려 과세 유예의 강력한 당위는 현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출발한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 체계, 사업자 인가와 역할 구분, 법인과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를 포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이 기본법은 규제법이 아닌 새로운 산업의 설계도다. 결국 기본법에서 파생될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법인 시장 참여도 모두 넓은 깊은 유동성을 갖춘 국내 가상자산 현물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그 유동성의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키우겠다는 법을 만드는 바로 그 시점에 유동성의 원천을 위축시키는 건 과세는 정책 엇박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비중이 압도적인 구조에서 과세가 시행되면 유동성은 해외 거래소나 디파이(탈중앙화금융)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거래 정보를 포착하기 힘들다는 건 국세청도 국감장에서 스스로 시인했다.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제안한 것처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이후로 가상자산 과세를 미루는 것이 정책의 정합성 차원에서 맞다. 또 한 번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되, 이번에는 ‘몇년 뒤’라는 기한보다는 ‘기본법 시행 후’나 ‘법인의 시장 참여 후’와 같은 조건에 연동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 모두 ‘과세 포기’가 아니라 ‘시장이 성장한 뒤 반드시 과세한다’는 약속을 통해 정책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세 차례 과세 유예 때와 달리, 유예 기간을 빈 시간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번 시간 동안 과세당국은 세심하게 취득가액 산정과 손실 이월공제, 스테이킹·에어드롭 등에 대한 구체적 과세 기준을 정비하고 과세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