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여당은 민주당이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종결을 위한 탄핵몰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여야 대립 구도가 다시 강해지면서 논의키로 했던 민생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 민생을 말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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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음 파일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파일에는 명 씨가 요청했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윤 대통령이 수용하는 대화 내용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명 씨의 대화 녹취록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담았다. 명 씨는 김 여사를 ‘(윤 대통령의) 마누라’로 언급했고 그의 청탁이 실현됐다는 점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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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당선자 본인의 육성 녹음이 공개됐는데, 대통령 측은 이준석, 윤상현 두 분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한다”면서 “특별감찰관이 아니라 특별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명씨의 ‘여론조작’ 등에 신세를 졌다며 국회의원 자리를 ‘선물’로 줬다”면서 “탄핵하는 데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한가”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알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권에서 이번 사안을 부풀려 정쟁에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취임식 하기 전날 무수히 많은 분들과 통화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 당선자께서 명시적으로 김영선 공을 준다는 것을 언급한 게 없고 명 씨와의 통화 기억도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얘기하기 어려운 것을 두루뭉술하게 말한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정책위의장은 “공천 개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캄캄해진 민생 정국...국회 시계제로
윤 대통령과 명 씨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야 정국도 경색됐다. 당장은 여야 공통으로 민생법안을 입법·추진키로 한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가 공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이 협의회는 지난 28일 첫 회동을 한 후 다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르면 10월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 대표 회담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비서실 실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30일) 공개적으로 한동훈 대표에게 “만나서 민생을 협의하자”고 요구했지만 한 대표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다시) 극단적으로 맞붙게 된 상황에서 민생을 의논할 여지조차 없게 됐다”면서 “다음 달 2일 열리는 민주당의 장외 집회에 따라 정국이 더 요동칠 수도 안정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민주당은 이번 장외 집회에서 김건희 여사를 집중 타깃으로 대여(對與) 공세를 높여갈 방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녹취록 파문까지 일면서 여야 간 갈등 상황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자칫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제·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지목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의정갈등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북한군 파병 대응 등 현안이 산적하다”면서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쟁에만 몰두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