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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으로는 충분치 않았다…비핵화-상응조치 놓고 북미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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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19.02.28 19:14:11

북미, 영변 폐기에는 합의했지만 美는 ‘+α’·北은 전면적 제재 완화 요구
공란 남아있던 ‘하노이 선언’ 정상간 협상 불발로 무산
“북미 이견 차 확인한 것으로도 의미 있어…피할 수 없는 과정”

[하노이=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기대와 우려,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던 북미 정상간 두번째 만남이 ‘협상 결렬’로 종료됐다. 지난해 1차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고, 2차 회담에 합의하면서부터 최소한의 성과는 담보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나, 두 정상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공란에 합의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영변 폐기’에는 합의했지만…北 전면적 제재 완화 요구에 美 “안돼”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70년 가까이 이어진 적대관계 청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었던 만큼 난항이 예고돼 있었다. 다만 북측이 핵개발의 ‘심장부’로 지칭되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공언한 만큼 영변 폐기에 대한 미국의 적절한 보상만 합의해도 최소한의 성과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문제는 모든 협상이 그렇듯 서로가 꺼내든 카드의 무게가 달랐다. 북한측은 영변 카드로 전면적인 대북 제재 완화를 받아내려고 했으나, 미국측은 영변은 고정변수로 두고 ‘+α’ 없이는 제재 관련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상회담 이후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며, 미국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서도 수차례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한 점도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 수용이 아닌, 협상 결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폐기에 만족하는 합의를 한다면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7일)부터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반복했다”며 “북한의 양보를 요구해보고 그 양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에는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벼랑 끝’에선 트럼프·김정은, 합의 더 어려워…“겪어야 할 과정” 지적도

북미 국내적인 정치 요인도 북미 정상에게는 부담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변 핵폐기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주고 받는 낮은 수준의 합의는 가능했을 수 있지만 ‘+α’와 제재 완화가 없는 ‘후폭풍’을 감당하기엔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김 위원장의 경우 이미 핵 무력을 포기하고 경제 발전을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나 주민들의 삶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측이 또다른 ‘당근’으로 제시했던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역시 직접적인 성과로 선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고지도자의 정치적인 업적이자, 인민 생활의 전폭적인 개선을 위해 ‘대북제재 완화’라는 성과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이미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이후로 ‘내용 없는 합의’라는 미국 내 비판 여론과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회의론에 맞딱뜨린 상황에서 개인 이슈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로 알려졌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이 회담 직전 의회에서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에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어 미국 언론의 관심은 정상회담보다 청문회에 집중됐다.

한편 이번 회담 실패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사전에 준비를 더 하고 2차 정상회담을 열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백 소장은 “지금까지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에서도 실질적인 협상이 많이 진행이 돼 왔지만 최고 지도자가 부딪혀서 문제가 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이번 협상 내용과 북미간 부딪혔던 문제들을 가지고 그 바탕 위에서 다시 협상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과의 협상 결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장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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