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땐 산업계 연쇄 악영향...정유업체, 정기보수 미루고 석화에 나프타 공급
3월 예정된 정기보수 5월로 연기
석유제품 수급 안정화 위한 결단
석화기업들, 가동률 낮추며 대응
중동 하늘길·뱃길도 연달아 막혀
철강·배터리·시멘트 비용증가 우려
[이데일리 김성진 김은비 기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연쇄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자 정유업체가 이를 막기 위해 예정됐던 정기보수 일정까지 미루며 원료공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셧다운만은 피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석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가동률을 최저치까지 내려서 운영하는 상태다. 다만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방편은 임시조치에 불과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사진=GS칼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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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당초 이달 예정했던 여수공장 정기보수 일정을 5월로 미루고 현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정기보수는 장비를 분해·청소하고 노후 부품을 교환한 뒤 재설치하는 과정으로, 공장 운영을 중단한 상태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 정유공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당장 석화 업체들의 연쇄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천NCC를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고객사에 일부 제품의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한 상태다. 불가항력이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GS칼텍스 정유 공장이 보수에 들어가면 당장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산업통상부와 함께 논의를 진행한 결과”라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보자는 계획”이라고 했다.
여수는 국내 최대 석화산단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 업계 주요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 업체들은 평시에는 주로 중동 등에서 나프타를 조달하는데,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자 가동률도 최저 수준으로 줄이며 대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70%, 여천NCC는 60%까지 가동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셧다운 직전까지 가동률을 낮춘 것으로, 이 이상 가동률을 낮출 경우 사실상 가동 자체가 의미가 없는 ‘좀비 모드’가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자 같은 산단 내 정유업체인 GS칼텍스가 정기보수를 미루고 나프타 긴급 공급에 나선 것이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해서 만드는 혼합물로, 석화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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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이 길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 전체에 미칠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항공편 운항을 28일까지 중단키로 했으며, HMM도 중동 노선 신규 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항로 우회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미 불황 직격탄을 맞은 철강, 배터리, 시멘트 등 업계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NCC 공장이 문을 닫으면 연쇄적으로 연관된 모든 산업이 충격을 받는다”며 “에너지 안보법 제정 등 향후 반복되는 수급 불안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