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을 강타한 지진·쓰나미로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공공질서가 무너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과 구조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800여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중앙술라웨시 주 팔루 시 주민들은 지진과 쓰나미가 닥친지 사흘이 지난 1일 현재까지 제대로 된 구호를 받지 못했다.
정전으로 전력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주민들은 식료품과 연료 등 생필품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
거리에선 무너진 가게 등을 뒤져 식료품을 약탈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경찰들조차 차마 이를 가로막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팔루와 동갈라 지역 교도소 세 곳에서 재소자 1천200여명이 탈옥한 것도 치안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들은 지진으로 피해를 본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교도소를 나가야 한다며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약탈과 강도 행각 등 범죄에 앞장설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최대 피해지역인 팔루와 동갈라 리젠시(군·郡) 주민들은 앞다퉈 지진 피해지역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지진으로 관제탑과 활주로가 파손된 팔루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 주변에선 이미 지난달 28일 저녁부터 수많은 주민들이 모여 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항은 지난달 30일 오후 운항이 부분적으로 재개됐지만, 남(南) 술라웨시 주 마카사르 등 여타 지역으로 소개가 이뤄진 피난민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팔루 지역 공항에선 1일 오전부터 이착륙이 계속 지연됐다”면서 “대규모 피난민이 몰린 데다 활주로 등 시설이 심하게 파손돼 일종의 병목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락이 두절된 주인도네시아 한인 패러글라이딩 협회 관계자 A씨를 찾고자 현지에 달려온 A씨의 어머니도 이로 인해 마카사르 지역 군공항에서 종일 이륙허가가 나길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마카사르 술탄 하사누딘 국제공항 관계자는 “오늘(1일) 오전 팔루로 갔던 항공편이 오후 늦게 다시 이륙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마카사르에서 팔루로 가는 민항기 운항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소했다”고 밝혔다.
팔루행 민항기 운항 취소는 팔루 공항의 경우 관제시설이 망가져 수동으로 이착륙을 안내하기에 해가 지면 안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육상교통수단을 이용한 탈출도 연료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언론과 외신은 팔루에서 60km 정도 떨어진 타볼리 지역의 도로에서도 갓길에 세워진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주유소가 영업하지 않는 탓에 연료를 확보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현지 주민 수하르디는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연료통이 절반만 찬 상태에서 가족들과 집을 나섰다”면서 “연료를 파는 주유소를 찾지 못해 더는 기름을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진 발생지역은) 보급품이나 전기, 깨끗한 물 등 가족들을 적절히 보살피기 위한 어떠한 것도 없기 때문에 친척 집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그곳에서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지역에서는 잔해 속에서 부패하는 시신의 악취가 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육로를 통해 피해 지역으로 들어가려는 구조대원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마카사르에서 팔루까지는 차량으로 통상 20∼30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한 재해복구 요원은 “다른 팀이 이틀 전 출발했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