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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관악에 거주하는 이태희 씨(94년생·남·무당층)는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은데, 싸우는 모습만 보인다”며 “누가 돼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은평에 거주하는 조모씨(90년생·남)도 “과거에는 상대 당을 견제하며 국민 여론에 따라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양 거대 정당 모두 불통의 자세로 연일 실망스러운 행보만 보인다”고 피로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무당층 확대의 원인으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영향을 지목하고 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있었던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보수 이탈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사실상 이탈 보수층으로 봐야 하는데, 그중 민주당 지지로 흡수된 층도 있고 거기까지는 가지 못한 사람들이 무당파로 남아 있는 게 핵심 원인”이라며 “지금 무당파는 순수 무당파라기보다 기존에 보수 성향을 가졌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치 성향상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수·진보 진영 모두 선명성 경쟁 대신 ‘톤다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몸을 낮추며 보수 재건을 이야기하는 것도 무당층을 겨냥한 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민주당은 ‘내란 심판’ 등 강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재명 견제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선거에서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진보·보수 진영의 선거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누가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느냐’보다 ‘누가 움직이지 않는 무당층을 투표장으로 끌고 오느냐’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공소 취소 규탄 전략으로 보수층 결집을 노리면서도 이탈한 무당층을 향한 ‘읍소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소 취소 문제가 보수 결집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남은 건 다른 국민들에게 ‘한 번만 살려달라’, ‘잘못했다’고 읍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범여권에서는 ‘내란 심판’ 같은 선명성 기조보다 민생 중심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여권 관계자는 “무당층이 높아졌다는 것은 투표율 저조의 전조 증상이자 기성 양당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의 표시”라며 “캐스팅보터가 될 이들을 위해서는 이념 대결보다 생활밀착형 공약 제시 등 정책적 유능함을 보여주는 승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