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병윤 한국리츠협회 회장은 최근 리츠 시장에서 불거진 유동성 문제의 배경으로 “현행 리츠 제도 자체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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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배당'에 자금유보 불가…위기 대응 어려워
리츠는 법인세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부 유보금 축적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기초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감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약정 기준을 초과해 대주단에 임대료 수익이 묶이는 캐시 트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이 고갈됐고, 40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만약 리츠에 자금을 유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면 이같은 위기를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선진국은 리츠가 자산 매각으로 벌어들인 차익을 일정 기간 유보해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국내도 글로벌 스탠다드(기준)에 맞춰서 자산 매각 이익을 3~5년 정도 유보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회장은 리츠에 적용되는 '유상증자'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츠 유상증자는 인허가와 거래소 상장 절차까지 거치다 보니 최소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가가 하락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패스트트랙(급행 절차) 제도를 도입해 유증 절차를 한 달 내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주주 배정 외에 제3자 배정 방식도 활성화하면 주가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특정 조건을 갖추면 기존 주주가 아닌 외부 투자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말한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때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리츠에 적용되는 '유상증자' 규정으로 인해 '자금 펑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많았다.
제조기업의 경우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을 비교해서 더 낮은 금액으로 '확정 발행가액'을 결정한다. 두 가액은 기준 주가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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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지는데 유증 6개월"…자금부족 문제
우선 '1차 발행가액'은 청약일로부터 일정 기간(통상 1개월) 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또한 '2차 발행가액'은 청약일 직전 과거 3~5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이를 통해 확정된 가액이 액면가액 미만일 경우에는 액면가액을 최저 발행가액으로 한다.
문제는 리츠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도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리츠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후 실제로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3개월이 걸리고, 그 새 주가가 다 떨어져서 유상증자로 모집할 금액이 줄어든다.
이 경우 리츠가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려고 해도 당초 계획보다 자금이 부족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리츠에 대해서는 유상증자 예외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츠의 경우 보유 부동산을 이미 감정평가 받았고,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후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며 "제조기업처럼 1차 확정 발행가액, 2차 확정 발행가액을 정하기 보다는 종가 기준으로 바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정 회장은 대기업 계열 스폰서리츠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대기업 스폰서 리츠는 엄격한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와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다. 리츠 업계에서는 자금 유치 및 신속한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긴다는 이유로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삼성 등 대기업들도 리츠를 활용해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는다”며 “기업 지배 목적이 아닌 투자·유동화 목적까지 동일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앵커리츠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앵커 리츠는 대형 건설사, 유통 대기업, 금융기관 등이 최대주주(앵커)로 참여해서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을 지원하고 상품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인 리츠다. 국내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형 리츠를 뜻하기도 한다.
정 회장은 “현재 주택도시기금 기반 앵커리츠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고 회사채를 매입할 근거도 부족하다”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채 직접 매입이 어렵다면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해서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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