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삼성, 현대·기아차, SK, GS, 롯데 등 국내 유수 재벌 기업의 총수 9명이 대거 출석한 6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는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나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는 정부와 기업간의 청탁과 금품을 주고 받은 정황을 파헤치기 위한 자리였다.
김성태 위원장은 “오늘 이 청문회는 대한민국 대표하는 분들이 권력과 결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혀달라는 국민 여망을 받드는 것”이라며 “총수 사면 복권, 노동개혁 등의 처리 대가로 기부금 준 것은 아닌지, 기업 현안 해결을 위해 특정인이나 법인을 지원 한 게 아닌지 가감 없이 밝힘으로써 국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화가 갤러리아 명의로 8억3000만원 상당의 말 두 필을 구입해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넘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장 의원은 삼성 역시 정씨에게 10억원 상당의 말을 상납한 것을 지적하며 삼성과 한화가 지난 2014년 ‘빅딜’을 체결한 것이 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은 이승만 정권 때부터 현 정권까지 약 860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냈다는 것이 내 계산”이라며 “이 중 박근혜 정부에만 불법 정치 자금으로 약 484억원을 냈다. 절반이 넘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정경유착 매개물인 전경련을 해체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며 “전경련 해체 앞장서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서 새로운 경제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경유착’이라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파헤치는 자리인 만큼 의원들의 추궁과 꾸짖음이 이어지며 심각한 분위기기 이어졌지만 의도치 않게 웃음을 자아낸 해프닝도 있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기 계신 기업 총수분들께 공통적으로 묻겠다”며 “광화문거리에서 6차에 거친 촛불집회가 있었다. 촛불집회 나가보신 분 손 들어보시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자 안 의원이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면서 일부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점심식사 후 오후 질의가 시작되기 전 고령의 재벌 총수들을 조기 귀가 시키자며 ‘총대’를 맸으나 다른 의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완영 의원은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다”며 “지금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된다. 오후 첫 질의에서 의원들 중 세 분 회장 증인에게 질문하실 분은 먼저 하고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박범계 의원은 “아직 정몽구 회장들과 다른 회장들에게 여쭤보지는 않았다”면서도 “(두 번째로 고령인) 손경식 회장께서는 이재용 부회장보다 목소리가 우렁차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이 의원의 제안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