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8월20일 15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에이프릴바이오(397030)가 룬드벡에 기술수출한 ‘APB-A1’(Lu AG22515)이 갑상선안병증(TED)에서 기대했던 임상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나선다. 과거 임상 실패나 권리 반환을 겪은 후보물질이 적응증을 바꿔 신약으로 부활한 전례가 있는 만큼 APB-A1에도 기회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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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은 최근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APB-A1의 TED 임상 1b상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용체 자가항체 감소를 확인하는 등 CD40-CD40L 경로에 대한 생물학적 활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활성이 기대했던 임상적 질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룬드벡은 안전성과 내약성 결과는 후속 개발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CD40-CD40L 경로가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다른 적응증을 탐색하기로 했다.
실패한 신약도 적응증 바꿔 ‘부활’
특정 적응증에서 기대했던 효능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후보물질의 기전 자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국내외에서 임상 실패나 권리 반환 이후 적응증이나 개발 전략을 바꿔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128940)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이 물질을 당뇨·비만 치료제로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2019년 권리를 반환받았다. 이후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으로 개발 방향을 바꿔 2020년 미국 머크(MSD)에 계약금 1000만달러(약 139억원),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최대 8억6000만달러(약 1조1993억원)에 다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바이오텍 매크로제닉스가 개발한 항CD3 항체 ‘테플리주맙’도 1형당뇨병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자 일라이릴리가 협력을 종료했다. 이후 개발 전략을 이미 1형 당뇨병이 발병한 환자 치료에서 고위험 환자의 3단계 1형 당뇨병 발병을 늦추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후 프로벤션바이오가 개발을 이어 FDA 허가를 받았고, 사노피는 2023년 프로벤션바이오를 약 29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최근 3단계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소아에서 내인성 인슐린 생산 감소를 지연하는 적응증까지 추가 승인됐다.
오리니아 파마슈티컬스의 ‘보클로스포린’도 비감염성 포도막염 치료제로 개발되다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하고 파트너였던 럭스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안과질환 권리가 반환된 사례다. 이후 루푸스신염으로 적응증을 바꿔 2021년 FDA 허가를 받았다. 허가 직전인 2020년에는 오츠카와 계약금 5000만달러(약 697억원), 규제·급여 마일스톤 최대 5000만달러 등의 조건으로 유럽·일본 등 지역에 대한 개발·상업화 계약도 체결했다.
TED 실패≠기전 실패…희망 남은 APB-A1
TED 임상에서는 실패했지만 다른 자가면역질환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낸 사례도 있다. 특히 APB-A1과 같은 CD40L을 겨냥한 경쟁약들이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 효능을 보인 점은 TED 결과만으로 APB-A1의 타깃 자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꼽힌다. 한 임상개발 전문가도 "같은 약물이라도 적응증에 따라 임상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가 개발한 FcRn 억제제 ‘바토클리맙’은 올해 TED 임상 3상 2건에서 모두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반면 앞서 중증근무력증(MG) 임상 3상에서는 1차 평가지표 달성에 성공했다. TED와 MG가 병렬로 개발된 만큼 TED 실패 후 적응증을 변경한 사례는 아니지만 같은 약물도 질환에 따라 임상 성패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뮤노반트는 현재 바토클리맙 개발을 중단하고 후속 FcRn 억제제 ‘IMVT-1402’에 집중하고 있다.
APB-A1과 같은 CD40L 계열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UCB·바이오젠의 ‘다피롤리주맙 페골’은 전신홍반루푸스(SLE)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 사노피의 ‘프렉살리맙’도 재발형 다발성경화증(MS) 임상 2상에서 고용량 투여 시 새로운 뇌 병변을 위약 대비 89% 줄이며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CD40L 차단 전략이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 임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일종의 ‘타깃 검증’인 셈이다.
APB-A1 재기 위해 입증할 것들은?
다만 이 같은 선례가 APB-A1의 후속 개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룬드벡이 단순히 TED 대신 다른 적응증을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 적응증에서 APB-A1이 실제 임상효과를 낼 수 있다는 근거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상개발 전문가들은 APB-A1의 후속 개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요소로 새 적응증에 대한 비임상 근거를 꼽았다.
한 임상개발 전문가는 “개발 초기부터 해당 타깃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군을 모두 놓고 리스크와 성공 가능성, 개발·실행 가능성을 평가해 진입 적응증과 2~3개의 백업 적응증을 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어도 후속 적응증에서 효능을 뒷받침할 비임상 자료가 있어야 다음 개발을 시도할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상개발 전문가도 "기존에 후속 적응증 관련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개발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적응증이 달라지면 기전에 따라 추가적인 비임상 데이터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했다.
비임상에서 단순히 약효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질환의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야 하고, TED 임상에서 확보한 안전성·약동학(PK) 데이터를 토대로 새 적응증에서 실제 효능을 낼 수 있는 용법·용량도 정량적으로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개발 전문가는 “약 자체에 효과가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용법·용량에서 효과를 나타내느냐는 것”이라며 “경쟁약에서 초기 효능 시그널이 나타났다는 것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근거일 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APB-A1의 전화위복 여부를 가를 핵심은 룬드벡이 어떤 적응증을 택하느냐뿐 아니라 왜 그 적응증을 선택했느냐에 달렸다. 기존 비임상 자료와 TED에서 확보한 인체 데이터를 토대로 CD40L 차단 효과가 임상적 개선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질 질환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룬드벡이 공개할 후속 적응증과 이를 뒷받침하는 비임상 근거, 용법·용량 설정 및 임상개발 전략이 APB-A1의 재기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