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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트랜스젠더' 전 하사 전역처분 취소 권고했지만 복귀 요원

이승현 기자I 2021.02.01 19:25:04

변희수 전 육군하사 진정에 인권침해 해당 판단
"현역 복무 적합하지 않은 근거 찾을 수 없어"
육군 "전역처분, 적법한 행정처분" 입장 고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트랜스젠더’ 육군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에 대해 부당하다며 군에 처분 취소를 권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해 8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인권위와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4일 전원위를 통해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육군참모총장에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이후 그는 군에서 계혹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작년 1월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변 전 하사는 전역 심사를 이틀 앞둔 작년 1월 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 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이튿날인 21일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전역 심사를 강행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육군의 결정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군 당국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이번 전역 처분은 초유의 상황으로 군 당국으로서도 입법 미비의 상황에서 기인한 이유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관련 규정의 미비점과 해외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책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인권위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권고를 수용해 부끄러운 과오를 씻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번 권고에도 변 전 하사가 군으로 복귀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육군이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판단과 권고의 취지는 존중하나, 해당 인원에 대한 전역 처분은 관련 법규에 의거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며 “현재 해당 건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 전 하사 측은 지난해 7월 육군본부에 전역 처분을 다시 심사해달라며 제기한 인사소청이 기각되자 같은 해 8월 대전지법에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으며, 현재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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