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이른바 ‘담대한 구상’이다. 북한 비핵화 단계에 맞춰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게 골자다. 북한이 협상장에만 나오더라도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하겠다는 부분은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은 군사와 정치 관련 분야에 대한 계획들도 마련해 뒀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내세우는 안전보장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빠져 있다. 북한이 대남 종속을 가져올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도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제안이라는 걸 알고 있는듯 하다. 대통령 언급 다음 날 우리 군 당국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치를 떤다. 당연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연례적 방어 훈련이다. 군이 훈련 계획을 발표한 16일은 사전 훈련 격인 위기관리연습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메시지 관리의 실패다. 군이 연합훈련 계획을 이번처럼 미리 자세하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이날 한미일 연합 미사일 경보 훈련 사실도 공개하며 북한을 적시했다.
군사적 행위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해된다. 대북 강경 메시지가 필요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대북 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발표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고려’가 있어야 했다는 얘기다. 우리는 제안했으니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색내기’식 정책 발표로 비춰지면, 군사적 긴장 수위만 더 높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