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부펀드들이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면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무바달라, 사우디아라비아 PIF 등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주요 국부펀드뿐 아니라 산하 다양한 투자기관, 현지 진출을 돕는 기관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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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무법인 태평양(BKL)과 중동 최대 로펌 알타미미가 ‘중동 금융시장 트렌드와 한국 기업의 기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알타미미의 필립 코트시스 변호사(사우디 책임자)와 하지원 변호사(한국팀 팀장)는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투자 유치 및 중동 투자 구조 설계를 중심으로 국내 투자자, 기관, 기업인들에게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필립 코트시스 변호사는 PIF의 특징과 주요 투자 분야 등을 설명했다. PIF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펀드 중 하나로 9000억달러(약 1318조원)에서 1조달러(약 1465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또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인 경제 다각화를 이루는 주요 주체로 네옴시티 등 국가 대형 프로젝트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PIF가 집행하는 투자의 80%가 현지에서 이뤄지며 약 20% 정도만 사우디 외부에서 이뤄진다. 아웃바운드 투자는 우버, 보잉, 씨티그룹, 디즈니 및 다양한 글로벌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에 근거해 그는 “해외로 진출하는 사우디 투자자를 찾는 것 보다 사우디에서 투자를 유치할 기회가 훨씬 많다”고 조언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사우디에 진출할 때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현지 민간기업과 파트너십 맺을 수 있지만, PIF 자회사들과 맺을 가능성도 크다. PIF는 현재 인수와 투자금을 수백 개 자회사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모든 분야에 포진돼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JV를 설립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는 “PIF는 예컨대 국내 기업과는 현대, 네이버, 포스코, 삼성과 JV 설립한 바 있다”며 “일반적으로 JV 설립 시 공격적으로 경영권뿐 아니라 최소한 지분 통제권 갖는 걸 좋아하고 경영 노하우도 얻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PIF와 JV를 설립하는 글로벌 기업의 우려 지점이 여기서 발생하는데 따라서 지식재산권(IP)이나 콘텐츠 보호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IF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 첨단기술, 디지털 경제, 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 전반에 투자한다. 특히 사우디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를 위한 인프라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관련 분야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관광이나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헬스케어, 생명공학도 기가 프로젝트나 제조, 현지화에 적용하기 위해 관심이 상당하다.
그는 또 현지 진출 시 ‘지역 본부 프로그램(RHQ)’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RHQ는 2023년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시행된 글로벌 기업이 현지 지역에 법인 차리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본사나 법인을 사우디로 이전시키고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1월부터 정부 프로젝트 계약을 맺으려는 글로벌 기업이 RHQ를 보유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외에도 하지원 변호사는 UAE 국부펀드들의 환경과 특징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ADIA, 무바달라, ADQ 등 UAE 국부펀드들 역시 운용자산 1조 5000억달러(약 2195조원) 이상을 다루는 만큼 글로벌 주요 국부펀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 이래로 양국이 국방·방산, 인공지능(AI), 원자력, 보건의료 등 협력분야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하 변호사는 그중에서도 UAE AI 산업의 핵심축인 국영 AI 기업 ‘G42’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G42는 AIQ, 코어42, M2, 카즈나(Khazna), 스페이스42 등 AI 인프라, 헬스케어, 에너지, 우주항공, 핀테크, 사이버 보안 분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곳이다. 그는 G42의 포트폴리오가 우리나라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섹터에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G42의 각 자회사은 아부다비 정부와 투자 생태계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관심 두길 바란다”며 “UAE에 법인이나 JV를 설립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나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과 같은 금융자유구역을 통해 각종 혜택을 받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에 더해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 역시 UAE를 테스트베드 삼아 진출하고 중동 지역 전체로 뻗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